빌려준 돈 못받았다고 사무장병원서 행패…대법 “업무방해죄”

  • 뉴스1
  • 입력 2023년 4월 2일 09시 15분


뉴스1
‘사무장 병원’의 진료 행위를 방해한 것도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홍모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홍씨는 줄기세포치료 연구회사 회장 A씨와 대표 B씨 등에게 5억9000만원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하자 A씨 등이 사무장병원 형태로 운영하는 병원에 수차례 찾아가 소리를 지르고 행패를 부린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씨는 또 다른 환자들이 듣는 데서 “줄기세포 시술은 다 사기고 부작용만 있다”고 말한 혐의(명예훼손) 및 A씨를 폭행한 혐의 등도 받는다.

1심은 홍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해당 병원이 ‘사무장병원’이기 때문에 진료 행위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는 “해당 병원은 의료인 아닌 자가 개설해 운영하는 병원이므로 병원의 운영에 관한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의 진료 업무도 보호가치가 있는 업무로 볼 수 없으므로 업무방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심은 명예훼손 등 홍씨의 나머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무자격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의 환자 진료가 당연히 반사회성을 띠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형태,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진료의 내용과 방식, 피고인의 행위로 방해되는 업무의 내용 등을 종합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면서 “홍씨의 행동에 진료행위를 방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홍씨가 병원의 일반적 운영 외에 의사의 진료행위를 방해한 것인지 원심이 더 세밀하게 심리해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며 “의료인의 진료행위를 병원 운영 업무에 포함해 보호가치 있는 업무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 잘못이 원심에게 있다”며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