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농장서 숨진 태국인, 짐승우리만도 못한 곳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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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7일 14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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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페이스북)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페이스북)


경기 포천의 한 돼지농장에서 숨진 뒤 유기된 태국인 근로자는 ‘짐승우리만도 못한 곳에 살았다’고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측이 7일 밝혔다.

전날 포천경찰서는 시체 유기 혐의로 60대 남성 A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 씨는 포천시 영북면 자신의 돼지농장에서 태국인 근로자 B 씨(60대)가 숨지자 지난 2일 트랙터로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A 씨의 범행은 이틀 뒤 발각됐다. “B 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태국 국적)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4일 농장 인근 야산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B 씨가 돼지농장에서 10여 년 가까이 일해 온 것을 파악하고 농장주 A 씨를 체포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기 혐의를 인정했지만 구체적 진술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차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건강상 문제가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페이스북)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페이스북)

이와 관련해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대표는 “B 씨가 사망한 현장에 갔다왔다”며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김 대표는 “사업주는 왜 노동자의 시신을 유기했는가? 고인의 죽음과 유기 사이의 관계성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숙소는 정확히 말해 밀폐된 낡은 돈사 입구에 있었다. 방은 가로 세로 2미터×3미터 정도였고, 부엌은 방의 절반 정도 크기였다. 출입문(차광막 비닐로 만든)을 열고 들어가자 돼지 배설물 냄새가 진동했다. 돼지 울음 소리와 함께 코를 찌르는 악취, 유독가스 때문에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숙소를 충분히 살필 수 없을만큼 괴로워 금방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페이스북)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페이스북)

그러면서 “주거환경으로 볼 때 황화수소나 일산화탄소로 인한 질식사나 중독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처벌이 두려워 유기했다’는 농장주는 무엇에 대한 처벌이 두려웠던 것일까? 미등록자를 고용한 사실이 두려웠던 것인가? 살인적인 노동을 10년 간 하도록 한 것이 두려웠나? 짐승우리만도 못한 숙소를 제공한 것이 두려웠나?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소위 불법체류자는 죽도록 부려먹다 죽으면 내다버려도 되는 존재인가? 아니다. 인간의 존엄은 불가침이다. 이는 조건 없는 존엄이다”라고 강조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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