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대중교통 요금인상 및 재정난 해소방안 논의를 위한 시민공청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후생동 앞에 한 시민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지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3.2.10/뉴스1
서울시가 오는 4월 말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의 기본요금 인상을 예고하면서 정부, 시민단체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기본요금 인상 계획은 급기야 ‘노인 무임승차’ 논란으로 확산됐고, 무임승차 손실액 보전을 두고도 서울시와 기획재정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은 요금 인상폭 하향을 떠나 ‘인상 철회’까지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일정대로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4월 말을 목표로 서울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을 300원 인상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지하철 요금은 8년 만에 1250원에서 1550원으로, 시내버스 요금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오른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은 누적 적자가 심화되며 대중교통 안전 서비스 제공이 우려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그동안 물가와 인건비 상승에도 7년 넘게 요금이 동결된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지난해 지하철 적자 규모는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버스의 적자 규모도 6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서울시의 이 같은 설명에도 정부, 시민단체와의 갈등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10일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인상 및 재정난 해소방안 논의를 위한 시민 공청회’가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기습시위로 파행 위기까지 몰렸을 정도로 시민단체 등에서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청회에서 김상철 공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대중교통 요금의 원가 보전율을 높이기 위해 요금 인상이 아니라 대중교통 이용자를 늘려야 한다”며 “서울시는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것으로 (적자에 대한) 부담을 왜 시민들이 져야 하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상임위원장도 “소비자는 (요금인상안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대중교통 요금의 인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정부와 서울시, 버스 운송업체가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도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행정안전부는 물가 폭등 조짐이 보이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차례에 걸쳐 지자체에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동결을 주문해왔다. 지난 7일에는 ‘지방공공요금 안정관리 점검회의’를 열고 서울시 등 지자체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 시기를 늦추고 인상폭 역시 최소화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지난달 기준 전년 동월 대비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의 인상폭이 30%에 육박하고 택시 요금까지 오르는 등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요청에 따라 버스요금 인상안을 추진하던 경기도는 같은 날 이를 유예하며 동참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출퇴근이나 통학을 위해 써야 하는 버스요금은 가계에서 좀처럼 절약하기 어려운 지출”이라며 “버스요금 동결을 시작으로 대중교통 체계를 개선하는 중장기 대책을 빈틈없이 준비해 도민들의 시름을 덜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버스요금은 지난 2019년 1250원에서 1450원으로 인상된 후 4년 연속 동결을 유지하게 됐다.
뉴스1DB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으로 불씨가 붙은 ‘노임 무임승차’ 논란 역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요금 인상 자제를 요청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보전한다면 요금의 인상폭을 낮출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만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는 39년 전인 1984년 대통령 지시로 도입된 후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문제는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서울을 비롯해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지자체의 적자 규모가 날로 커진다는 점이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매년 1조원에 달하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가운데 30%는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 최근 이틀 연속 국회를 찾아 “정부가 도와주면 인상폭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며 PSO(공익서비스손실보전) 법안 처리 협조를 요청하는 등 광폭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무임승차 논란은 다른 지자체들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전국 6개 지자체의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사협의체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대중교통 요금 인상보다 정부 지원과 입법이 먼저”라며 PSO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서울시와 교통공사 등의 이 같은 요구에도 기재부는 무임승차 손실분의 충당은 ‘지자체 소관’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은 당분간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중앙정부가 빚을 내서 지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서울 지하철은 서울시의 시설이기 때문에 자체 예산으로 책임지고 운영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에 대한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서울시는 4월 말로 예정된 요금인상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금인상) 일정 자체가 완전히 틀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기재부가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메시지가 없을 경우 예정대로 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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