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흉기 찌른 아내 ‘집유’…살인미수→특수상해 죄명 변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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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13일 0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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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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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말다툼하다 흉기로 찌른 미국인 여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여성은 애초 살인미수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특수상해로 죄명을 변경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서 안동범)는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미국 국적의 A씨(54)에게 전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12일 오후 11시40분쯤 남편인 B씨(55)와 말다툼을 한 뒤 흉기로 위협하며 몸싸움을 벌이다 B씨의 복부를 한 차례 찌른 혐의를 받는다.

둘의 실랑이는 A씨가 반려견 산책 후 발을 씻고 말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B씨와 말다툼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말다툼 도중 A씨가 술을 마시려 하자 B씨가 이를 빼앗으려 해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B씨가 A씨의 손과 팔을 때리고 바닥에 넘어뜨린 뒤 위에 올라타 상당한 시간 동안 풀어주지 않았다. 결국 이에 화가 난 A씨가 흉기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과정에서 A씨 측은 “B씨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죄명을 살인미수에서 특수상해로 변경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살해할 의도로 흉기를 미리 준비하거나 복부 부위를 목표로 찌른 것이 아닌 이상, B씨를 살해하겠다는 마음을 품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칼을 뺏으려고 하다가 스스로 칼에 베였고 설령 다쳤다더라도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적어도 A씨는 몸싸움 과정에서 B씨가 상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며 “A씨의 행위를 소극적 저항행위로만 평가할 수 없어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은 그 죄책이 무겁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A씨가 의도적으로 B씨의 복부를 노리고 찔렀다기보다는 흉기를 뺏기지 않기 위해 실랑이 하다 우발적으로 찌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곧바로 112에 신고해 다행히 B씨가 생명을 잃거나 중대한 상해를 입지 않았고 B씨가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며 “둘이 현재까지 혼인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사를 밝히고 있고,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현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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