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민심]“남성 숙직 전담” 얘기에…‘군대’ ‘페미’ 와글와글[데이터톡]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7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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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www.donga.com/news/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참여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와 포털 기사 댓글 분석을 통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연재합니다.
이번 주 POLL+에서는 “남성 직원들만 숙직하도록 하는 것은 차별 아니다”라는 인권위 판단에 대해 물었습니다. 수도권 소재 한 금융회사 IT센터에 근무하는 남성 A씨가 “여성 직원에게 주말과 휴일 일직을 주면서 남성 직원에게 야간 숙직을 전담하게 하는 것은 남성에 대한 불리한 대우이자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인권위에 진정했는데 인권위는 차별이 아니라고 한 것입니다.

응답자 1만9258명 중 67%(1만2861명)는 남성 직원의 숙직 전담은 “차별”이라고 답했고 32%(6149명)는 “차별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차별이라는 의견이 차별 아니라는 의견보다 두 배 가량 많습니다.

Alcino 독자는 “숙직은 그 조직의 일원이라면 당연히 수행해야 하는 직무의 일부이다. 성별의 영역에서 논의되어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썼습니다.

“차별이 아니다”라는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요, 불리한 신체조건 등을 고려해 여성을 숙직에서 제외하되 대신 남성에게는 숙직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하자는 의견이 한 축, 근로자 보호를 위해 여성을 숙직에서 제외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이 다른 한 축입니다.

Truth..!! 독자는 “여성이 남성과 근본적으로 다름을 인정한다면 여성은 신변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위험한 책무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썼습니다.

● “남성이 약자” 피해 의식 자극한 인권위 결정문
인권위의 판단이 보도되자 포털 뉴스 댓글창은 뜨겁게 달아올랐는데요, 사실 인권위의 결정문 전문을 읽어보면 이 일이 이렇게 시끌벅적할 일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권위는 “남성 숙직 전담으로 인한 갈등은 노사 간 협의를 통해 푸는 것이 타당하고 향후 특정 성별에 야간 당직을 전담시키는 관행은 개선하자”는 원론적 이야기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문이 궁금하면 링크 클릭 https://bit.ly/3QjjzSw)

하지만 “불평등한 성별 권력 관계 속에서 여성들은 폭력 등의 위험 상황에 취약할 수 있고, 여성들이 야간에 갖는 공포와 불안감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결정문 끝부분이 남성들의 피해의식을 제대로 건드렸습니다. ‘여성들이 평등을 지나치게 추구한 결과 이제 성차별의 희생자는 남성으로 바뀌었다’라는 피해의식이죠.

데이터톡은 인권위 결정이 보도된 지난해 12월22일부터 현재(2023년 1월4일)까지 전국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방송사 등 20개 언론사가 해당 이슈를 다룬 기사 28개와 댓글 785개를 LDA 알고리즘으로 분석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 결정문에 대한 보도 28개와 댓글 785개를 LDA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그래픽. ‘군대’, ‘페미’ 등의 단어가 빈도수 상위에 올라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 결정문에 대한 보도 28개와 댓글 785개를 LDA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그래픽. ‘군대’, ‘페미’ 등의 단어가 빈도수 상위에 올라있다.


‘군대’, ‘페미’가 메인 토픽인 1번 토픽 빈도수 상위에 올라있습니다. ‘남성 역차별‘이 이슈일 때 항상 나오는 단어들입니다.
g_lo**** 그럼 제발 남녀평등 하게 여자도 군대 좀 가자~!! 지겹다 툭하면 남녀평등!! 가장 꽃다운 시절을 군대에서 보내는 남자는 호구냐~!!?

dani**** 일은 안 하고 싶고, 임금은 똑같이 받고 싶고, 승진도 똑같이 하고 싶고. 저러면서 남녀 차별, 남녀임금차별 주장하고 어휴 페미니스트들은 역겹다.
여성들이 유리할 때는 조용히 있고 불리할 때만 ‘평등’을 찾는 ‘선택적 성평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난도 빗발칩니다.
lwhd**** 왜 여자가 불리한 건 차별이고, 여자가 유리한 건 차이인가요?

● “‘보호 받아야 할 존재’ 인식이 ‘여성 배제’ 원리로 작동할 우려”
숙직 같은 힘들고 험한 일을 맡지 못한다면 승진이나 보상에서 제외되어도 불만을 갖지 말라는 의견도 뒤따랐습니다.
xang**** 여성은 약자라서 숙직이나 지방출장 못가요. 그래서 여성은 기울어진 운동장, 유리천장 감수하며 남자보다 평균소득이 낮은 거에요. 남자보다 수행업무의 한계가 있거든요.
여성은 업무수행능력이 낮은 ‘B급 인력’이니 보상과 대우도 그에 맞게 B급이면 된다는 논리죠. 여성은 열등한 존재라는 오랜 편견, 그리고 그 편견을 깨기 위해 기울여 온 노력에 대한 비아냥이 깔려 있습니다.

인권위도 이번에 결정문을 쓰면서 이런 편견이 작동할 여지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을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보는 성차별적 인식이 공적 영역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원리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 일터에서 얼마나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선 하버드 경영대학원 보리스 그로이스버그, 콜린 앰머먼 교수는 동아일보의 경영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 신랄하게 지적했습니다.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atype/ma/category_id/9_1/article_no/1710)
“난이도가 높은 프로젝트는 유난히 남성에게 몰렸으며 여성이 프로젝트 참여를 희망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차이는 여성은 힘든 경험을 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매니저들의 사고방식 때문에 심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중략)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성장해 빛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똑같이 주어지지 않으면 일 그 자체에도 성별 편향성이 생긴다. 중요도가 낮은 프로젝트와 역할이 여성 직원의 영역으로 비치는 것이다. 직무 내에도 ‘업무 분리’가 나타나 여성은 보상이 적은 일을 맡게 되리란 기대가 커진다. 이에 따라 여성은 자기 지위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자원해 달라는 요청을 더 많이 받는다. “

- ‘젠더 격차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 보리스 그로이스버그·콜린 앰머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2021년 5-6월호
숙직 논쟁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보안 시설 등 근무 환경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고, 그것이 해결돼 여성이 숙직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성별 구분없이 당직 근무를 편성하는 것이 여성에게도 필요한 일일 겁니다. 일터에서 ‘보호받아야 할 인력‘이라든지 ‘B급 인력‘으로 인식돼 공적 영역에서 배제되는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요.

Data Talk
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
김현지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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