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 아니어도 월드컵 보고 즐긴다”…MZ세대 강타한 ‘중꺾마 열풍’

  • 뉴스1
  • 입력 2022년 12월 13일 0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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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붉은악마가 대형 태극기를 펼치고 있다. 2022.11.28. 뉴스1
11월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붉은악마가 대형 태극기를 펼치고 있다. 2022.11.28. 뉴스1
6년째 회계사 준비를 하고 있는 한모씨(32)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월드컵 16강 경기가 끝난 지 6일이 지난 12일 여전히 월드컵의 감동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올해 또다시 실패의 쓴맛을 보고 난 뒤 포기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한씨는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보며 다시 도전할 힘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과정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 뜻의 신조어)라는 말이 너무 싫었다. 그런데 이번 경기들을 보다보니 어느새 ‘졌잘싸’라는 말을 내가 쓰고 있더라”며 놀라워했다.

이어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심정으로 내년에는 반드시 (합격이라는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희망을 외쳤다.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식을 줄 모르는 분위기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문구가 월드컵 이후 폭발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중꺾마’라는 줄임말로도 잘 알려진 이 말은 지난 9∼11월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LoL) 2022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팀 DRX의 주장 ‘데프트’ 김혁규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언급하면서 유명해졌다.

아무리 강하고 어려운 상대를 만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상황을 응원할 때 주로 쓰여왔는데,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승리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과 맞물리면서 누리꾼들이 더욱 크게 열광하고 있다.

실제 취업과 운동, 개인 목표 등 도전을 이어가는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개인 상태 메시지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을 적어놓는 등 ‘중꺾마’라는 단어는 대중 언어로 자리잡았다.

직장인 3년차 윤모씨(31)는 “부상으로 1, 2차전을 뛰지 못했던 황희찬 선수가 3차전에 나와서 폭풍 같은 질주를 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봤다”며 “입사 후 수많은 좌절과 무기력함으로 목표와 동기부여가 없어진 상태였는데 왠지 모르게 끓어오르는 것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월드컵에서 비롯된 ‘중꺾마’ 열풍을 외적인 ‘결과’보다 내적인 ‘가치성장’의 의미를 인정해달라는 청년 세대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감’은 ‘동일시’라는 심리기제”라며 “사회적인 재난, 경제적인 어려움 등 오랫동안 지속된 시련속 젊은 세대들은 ‘N포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어려움이 다른 세대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내적·외적 어려움, 시련에 대한 의지가 표현된 밈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번 열풍은 그동안 시련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려는 외적인 결과보다는 내적인 가치성장의 의미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최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계층상승이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라면서도 “이번 ‘중꺾마’ 열풍에서 보이듯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려고 하는 ‘그래도 열심히 하면 된다, 하면 된다’라고 하는 신념이 조금은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열풍을 통해 그동안 계층 상승이나 노력의 결과를 기대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어쨌든 노력하면 된다라는 ‘실력주의’가 살아 있다는 것이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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