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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사회

“113㎏ 男 밀어도 현관문 꿈쩍 안해” 침수 반지하 탈출기

입력 2022-08-11 16:42업데이트 2022-08-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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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우로 입주민이 탈출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의 한 반지하 주택

수도권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져 반지하 거주민들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위기를 직접 경험한 남성이 천신만고의 탈출기를 전했다.

침수지역 반지하 자취방에 반려견과 살던 남성 A 씨는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살면서 이런 경험 처음 해보고 진짜 머리가 콱 막히더라”며 악몽을 적어 내려갔다.

A 씨는 방으로 물이 철철 넘쳐 들어오자 반려견을 방범창 사이로 내보내고 자신은 현관문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미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올라 있는 상태였다. 누전차단기가 작동해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다.

키 185cm에 몸무게 113kg이라는 그는 “안간힘으로 밀어 붙이는데도 꿈쩍도 안 하니 정신줄을 놓게 되더라. 현관문이 안 열리니 사고가 정지하더라”고 회상했다.

A 씨가 설명을 돕기 위해 올린 사진. 아래쪽 파란색 표시 부분이 탈출 시도 초기에 내부에 차오른 물의 수위. 바깥쪽 수압은 문틈 중간(위쪽 파란색 표시)까지 차오른 것처럼 무거운 느낌이었다고 A 씨는 설명했다.

“여기서 이렇게 죽는 건가?”하며 망연자실해 하다가 과거 DIY(물건 직접 만들기)를 위해 사뒀던 ‘충전용 그라인더’(절단기)가 생각났다. 그는 그라인더를 찾아 방범창을 자르기 시작했지만 방치해 뒀던 물건이라 배터리가 얼마 없었다. 거구의 몸이 통과할 정도로 충분히 자르지 못했다.

A 씨는 “하 이렇게 발악을 해도 죽는구나 싶어서 유서라도 쓰려는 순간, 고기를 굽기 위해 사뒀던 ‘터보 토치’ (발화 기구)가 생각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토치로 가열한 방범창을 휘어서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이때 물은 가슴 위 쇄골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그렇게 극적으로 탈출한 A 씨는 지갑도 휴대전화도 없어 무작정 근처의 아무 집이나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다. A 씨는 문을 열어준 이웃에게 2만 원만 달라고 요청했고, 이웃은 선뜻 돈을 주고 집으로 들어오게 한 뒤 옷까지 갈아입혀 안정을 취하게 했다. A 씨는 이곳에서 가족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본가로 갈 수 있었다.

일가족 3명이 갇혀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서울 관악구의 반지하 빌라 입구

A 씨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반지하에 거주하는 분들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항상 충전형 탈출 도구를 구비해 두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반지하 거주민은 아무리 적은 양이어도 지상에 물이 고이거나 물의 흐름이 생기면 기다리지 말고 즉각 탈출하라고 조언한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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