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오존 발생물질 한반도 습격…“장마철 전 국내에 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7일 1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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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오존은 발생하는 곳이 어딘지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극과 극’인 물질이다. 대기 성층권에서 생기면 자외선을 흡수해주는 고마운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상 10㎞ 이내 대류권에서 발생할 경우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릴 만큼 인체에 해롭다. 천식 등 폐질환을 악화시키고, 태아의 발달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국내 오존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국민 건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오존 농도는 0.051ppm으로 역대 월별 최고치로 나타났다. 한 달 중에 18일이나 전국 시도 가운데 한 곳 이상에서는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햇빛이 강한 5~8월은 대기 중 오존 농도가 1년 중 높은 시기라 야외활동을 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최근 한국대기환경학회 주최로 열린 ‘보이지 않는 위협, 오존’ 세미나에선 중국의 오존 오염 물질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과 기후변화로 인한 오존 농도 증가 가능성 등을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자세한 세미나 내용을 소개한다.

● “중국발 오존 발생물질이 서해안에도”


올 3월 11일과 4월 27일 수도권과 충남, 서해안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오존 농도가 ‘나쁨(0.091~0.15ppm)’과 ‘매우 나쁨(0.151ppm)’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18일 아침에는 충남 보령군 외연도에서 0.1ppm의 오존 농도가 관측됐다. 오존 농도가 1시간 평균 0.12ppm 이상이면 오존주의보가 발령된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이를 중국에서 날아 온 오염물질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일사량이 적고 기온이 낮은 아침과 야간 시간대에 이례적으로 오존 농도가 높았고, 편서풍에서 고농도 오존이 관측됐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중국발 오존 발생 물질은 주로 장마철 전 국내 오존 농도에 영향을 준다”며 “중국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 추이가 향후 국내 오존 농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평균 오존 농도를 비교한 결과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여민주 연세대 대기과학과 연구교수는 “지역별 평균 오존 농도는 제주와 백령도 등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0.12ppm 이상의 고농도 오존 발생 빈도는 서울 등 수도권이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영향으로 서해안 지역의 오존 농도가 높아지고, 국내 대기 오염물질이 많을 땐 수도권 오존 농도가 단기간 급등한다는 의미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오존의 위협은 더 커지고 있다. 오존 농도는 일사량과 기온이 높으면 증가한다. 반면 비가 많이 내리면 줄어든다. 지난달 오존 농도가 크게 오른 것도 기후 영향이 크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0~2022년 5월의 기상 조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일사량은 ㎡당 754.78MJ(메가줄·줄은 단위 면적당 전달되는 에너지량)로 조사기간 중 가장 높았다. 반면 강수량은 5.8㎜로 1973년 전국 단위 관측 이래 역대 최저치였다.

● 저농도 오존도 건강에 악영향


오존 농도가 상승하면 눈과 기관지 점막이 자극받는다. 호흡기를 자극해 폐질환을 일으키고 중추신경계 질환이나 태아 발달장애도 유발할 수 있다. 세미나에서 양지연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그동안 발표된 12건의 연구를 분석해 오존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했다. 양 교수는 “하루 8시간 노출되는 오존 농도가 0.01ppm 상승하면 천식으로 인한 입원이나 사망 위험이 4.1%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오존은 ‘초과사망’ 가능성만 놓고 보면 초미세먼지보다 더 위험하다. 초과사망은 특정 요인 때문에 일정 기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숨졌는지 통계적으로 추산한 지표다. 올 3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제1차 기후 보건영향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오존 농도 상승으로 인한 초과사망자는 2010년 1248명에서 2019년 2890명으로 수준으로 늘었다. 초미세먼지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2015년 4988명에서 2019년 2135명으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오존 농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오존 노출에 더 주의해야 한다. 특히 전국 오존주의보 발령횟수는 2016년부터 급증하고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연평균 오존주의보 발령횟수는 약 366회로, 그 전 6년 평균(104회)보다 3.5배로 늘어났다.

오존 농도가 높을 땐 야외활동을 피해야 한다. 바람이 없고 건조할수록 대기가 정체돼 더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2~5시를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양 교수는 “오존 농도가 0.03ppm 이하일 때도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땐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보건당국이 장기 노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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