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예람 중사 성추행’ 가해자 2년 감형…유족 반발·실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4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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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가해자에게 모든 책임 물을 수 없어”
유족 “상식 반한 판결” 강력 반발

고(故) 이예람 중사 부친 이주완씨가 13일 서울 서대문구 특검 사무실에서 안미영 특별검사 면담에 앞서 딸의 사진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2022.6.13/뉴스1
고(故) 이예람 중사 부친 이주완씨가 13일 서울 서대문구 특검 사무실에서 안미영 특별검사 면담에 앞서 딸의 사진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2022.6.13/뉴스1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예람 중사를 성추행한 장모 중사가 2심에서 1심보다 2년이 감형됐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14일 장 중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앞서 장 중사는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특가법상 보복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해 12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 ‘사과 행동’이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인정했다. 장 중사의 행위를 보복 협박 혐의로 보고 징역 15년형을 구형한 검찰과 판단을 달리한 것이다. 2심에서도 군 검찰은 장 중사의 보복 협박 혐의 입증에 주력하면서 1심과 같은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1심보다 2년을 더 낮춰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살 암시를 포함한 사과문자를 보낸 것을 구체적인 해악 고지로 볼 수 없는 점, 이후 피해자에게 어떤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했다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 점을 볼 때 구체적으로 피고인이 어떤 위해를 가했다는 것을 알 수 없으므로 해악 고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을 보고했음에도 상급자들에게 은폐, 합의를 종용받았고, 군내에서 마땅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하는 등 정신적 고통이 이어지는 군내 악순환 상황 또한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극단적 선택의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 책임으로만 물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원심을 파기하고 2년 감형을 선고했다.

유족은 고성을 지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거세게 반발했다. 재판정으로 뛰어가다 군사경찰의 제지를 받은 이 중사의 부친인 이 모 씨는 윗옷을 벗어 던지며 “뭔 소리야! 이래선 안 되는 거야, 재판장!”이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이 중사의 어머니는 판결 직후 과호흡으로 쓰러져 법정 밖으로 실려나갔다.

이 씨는 법정을 나와서도 기물을 던지면서 “군사법원에서 이런 꼴을 당할지는 몰랐다. 최후의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며 분통을 떠뜨렸다. 이어 “우리 국민의 아들딸들이 군사법원에 의해서 죽어갔던 거다”라며 “그래서 군사법원을 없애고 민간법원으로 가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 측의 강석민 변호사는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대법원은 양형을 판단하지 않고 보복 협박 유무죄만 판단할 것이므로 양형을 이렇게(감형) 한 것은 고춧가루를 뿌린 것”이라며 “보복 협박이 인정되면 파기환송이 서울고법으로 갈 건데 법리적 문제가 쉽지 않아 유족이 엄청난 난관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군 검찰이 2심 판결에 불복해 다시 항고하면 군사법원이 아닌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열리게 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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