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재래화장실 쓰다가 지병 악화·사망…업무상 재해 인정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3월 21일 09시 58분


코멘트
만성심장질환이 있던 노동자가 작업장의 재래식 화장실에서 쓰러져 숨진 사건과 관련, 법원이 업무상 재해가 맞다는 판단을 내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김국현)는 A 씨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10일 원고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19년 4월 물류센터 신축공사현장의 재래식 이동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발견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고 부검결과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나타났다.

건설일용직으로 근무하던 A 씨는 3개월을 쉰 뒤 다시 현장에 나왔는데, 사망하기 전 열흘(4월 16~25일)간 연속 근무를 하고 하루 쉰 뒤 4월 28일 오전 공사장 화장실에서 쓰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에게 과도한 업무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 처분에 불복해 2020년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만성심장질환이 있던 고인은 육체적으로 가볍지 않은 업무를 3개월 쉰 후 10일간 연속으로 했다”며 “사망 전 짧은 기간, 근무시간·강도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근무시간에 화장실을 이용하던 중 ‘발살바’(Valsalva) 효과와 비좁은 공간이 영향을 미쳐 심장질환이 급격히 악화돼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발살바 효과란 숨을 참고 갑자기 힘을 줄 때 순간으로 체내압력이 급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심장 내로 들어오는 혈류가 감소해 심박출량이 줄게 되면 급사에 이를 수 있다.

재판부는 “진료기록 감정의는 업무상 과로와 발살바 효과가 고인의 심장질환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소견을 내놨다”며 ‘비좁은 화장실 공간과 악취가 고인을 직접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볼 수는 없어도 관상동맥 파열 등에 악화인자가 될 수 있다’는 감정의 소견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