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주면 방역 위반 신고하겠다”…‘코로나 탕치기’에 난감한 유흥업소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4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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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시설 방역수칙 점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스1 DB)
유흥시설 방역수칙 점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스1 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긴 유흥업소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속칭 ‘코로나 탕치기(약점을 잡아 금품을 뜯어내는 범죄를 가리키는 속어)’가 늘고 있다. 오후 9시 영업시간 제한을 어긴 유흥업소를 상대로 “방역수칙 위반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방식이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유흥업소가 밀집한 서울 강남과 종로, 홍대 등에서는 최근 유흥업소가 영업시간 제한을 어기고 있다는 신고와 함께 ‘탕치기’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에서 유흥업소를 운영 중인 A 씨는 12일 밤 가게를 찾은 한 남성 손님으로부터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영업해도 되느냐. 돈을 주지 않으면 방역수칙 위반으로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당했다.

A 씨가 끝내 돈을 주지 않자 남성은 술값을 내지 않고 업소를 떠났다. A 씨는 “적발되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하니 살살 달래는 수밖에 없다”며 “몰래 영업한 나도 잘못했지만 이를 악용해 협박하는 사람은 더 나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탕치기’에 여러 번 당했다는 업소도 적지 않다. 강남구 신사역 인근에서 유흥업소를 운영 중인 B 씨는 “한 번 협박에 응해 돈을 줬더니 악용하는 손님들이 또 나오더라”며 “차라리 과태료를 내고 업소 문을 잠시 닫는 게 낫다”고 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탕치기 알바’를 모집하는 구인광고까지 올라오고 있다. 광고는 “유흥업소 근처에 숨어서 오후 9시 넘어까지 영업을 하는지 감시하면 된다”면서 “공익적인 일을 하며 돈도 벌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유흥업소 관계자가 경쟁 유흥업소에 타격을 주기 위해 불법 영업을 신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서울 지역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은 “최근 방역지침 위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보면 업주들이 ‘탕치기에 당했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잦다”며 “방역지침을 어기는 불법 영업이 지속되는 한 탕치기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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