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직전 시속 74㎞…할머니-손녀 숨지게한 80대 ‘운전자 과실’ 결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9일 1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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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2일 부산 수영팔도시장 사고현장.(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 뉴스1
지난해 12월22일 부산 수영팔도시장 사고현장.(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 뉴스1
지난해 12월 부산 수영팔도시장에서 일어난 승용차 급가속 사고의 원인이 80대 운전자의 과실 탓이라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교통사고특례법상 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운전자 A 씨(83)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1시 10분경 부산 수영팔도시장 앞에서 2010년식 그랜저TG 차량을 몰던 중 유모차를 끌고 가던 할머니와 18개월 된 손녀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수영팔도시장 쪽으로 진입할 때 순간적으로 속도가 올라가 바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며 제동장치 결함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사고 차량을 정밀 감식한 결과 차량 제동계통 결함으로 볼만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고, 운전자의 조작 과실로 결론지었다. 전관규 연제경찰서 교통사고조사팀장은 “A 씨가 유모차와 충돌 전 50m 전 다른 차량의 옆면을 들이받았는데 이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면서 “고령인 A 씨의 차량 조작 과실이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도로교통공단과 사고차량 블랙박스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차량이 유모차를 충돌하기 속도가 시속 74.1㎞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해당 도로의 제한 속도는 시속 30㎞다. 특히 경찰은 차량에 사고기록장치(EDR)가 설치돼 있지 않아 객관적인 차량 속도 및 브레이크 결함 여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EDR은 사고 직전 차량의 속도와 진행방향의 최대 속도 변화값, 브레이크를 밟은 정도 등 차량의 필수 운행정보 15개 상당을 기록해 사고 원인 규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EDR 장착이 의무가 아니다보니 구형 차량에는 EDR이 없는 경우가 많고, 제조사별로 EDR 형태가 제각각이다 보니 일부 차종에 설치된 장치는 경찰에 데이터 추출 장비가 없어 분석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의 EDR 장착 의무화와 어떤 EDR이든 수사기관이 자체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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