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받는 사회서비스 현장 구축… ‘전북도민의 행복’ 챙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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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여는 사람들’ 〈8·끝〉
전북사회서비스원

지난해 12월 16일 개원한 전북사회서비스원 직원들이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종사자 처우를 개선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전북사회서비스원 제공
지난해 12월 16일 개원한 전북사회서비스원 직원들이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종사자 처우를 개선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전북사회서비스원 제공
“오늘 이 자리는 온전히 여러분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쉼을 통한 충전과 즐거움을 드리고 새해를 맞는 따뜻한 마중물이 됐으면 합니다.”

2021년의 마지막 날을 나흘 앞둔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4시 40분. 유튜브 채널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에서 ‘신박한 콘서트’가 랜선을 타고 송출됐다. 콘서트는 노래와 사회서비스 종사자 사례 발표, 댓글 참여 이벤트 등으로 꾸며졌다.

연말을 맞아 급하게 준비된 행사였지만 콘서트를 본 ‘돌봄 종사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 종사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하는 게 힘든데 잠시나마 행복했다”고 했다. 또 다른 종사자는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돌보기만 해야 했는데 큰 위로를 받은 시간이었다. 2022년에도 힘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 도민과 종사자의 행복미래 파트너

신박한 콘서트를 준비하고 진행한 곳은 전북사회서비스원이다. 전북사회서비스원은 지난해 10월 말 설립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마치고 12월 16일 개원했다.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됐다.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만들어진 전북도 출연기관이다. 도비를 지원받아 민간 영역에서 이뤄지는 돌봄서비스를 공공 영역에서 제공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의 전문성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문을 열었다.

사회서비스원은 2019년 3월 서울 대구 경기 경남에서의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 7곳이 문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울산과 제주, 전북에 서비스원이 생겼고, 올해 부산 충북 경북에서 개원을 앞두고 있다.

11일 전북사회서비스원을 찾았다. 전주시 우아동에 있는 사무실 내부는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 외부와 달리 후끈했다. 출입문을 기준으로 좌우로 배치된 직원들의 자리에서는 각각의 팀별로 토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기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전북사회서비스원의 구성원은 원장을 포함해 모두 20명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구성원 20명 가운데 18명이 사회복지사라는 것. 짧게는 수개월 많게는 수십 년을 현장에서 일했다. 분야도 다양하다. 노인복지관과 지역아동센터, 성폭력상담센터, 요양보호기관 등 사회서비스와 관련한 여러 분야 현장에서 노하우를 쌓았다.

서양열 전북사회서비스원 원장은 “작년까지 문을 연 전국 14곳 서비스원 가운데 현장에서 일하던 사회복지사가 주축인 곳은 전북뿐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들은 모두 엄격한 공개채용 과정을 거쳤다.

○ 현장 경험으로 현장을 바라본다


이런 인적 구성은 전북사회서비스원이 추구하는 ‘사람, 현장, 사회서비스의 행복한 미래’라는 목표와 맞닿아 있다. 사회서비스 현장은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영역으로 어떤 사람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이 전북사회서비스원의 생각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존중을 받아야 서비스 품질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개원식을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 13일에야 조직 구성을 마친 전북사회서비스원이 현장 종사자를 위로하는 온라인 콘서트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상당수 기관이 설립 초기 수개월 동안 앞으로 진행할 사업을 짜고 준비하는 것과 달리 업무 시작과 동시에 현장 지원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현장 출신 인력으로 꾸려진 조직 덕분이다.

전북사회서비스원은 개원 직후 하루 이용객이 20명 이하인 소규모 사회서비스기관 9곳에 대한 긴급 하자보수 사업을 벌였다.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비용은 지원을 받지만 시설 개보수에 필요한 예산이 없어 고치지 못했던 안전시설물을 수리해준 것이다.

김민지 전북사회서비스원 민간지원팀장은 “소규모 시설은 지원금이 넉넉지 않고, 운영을 위한 후원금 모금도 어려워 시설물 수리는 우선순위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현장에 꼭 필요한 지원을 위해 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서비스원의 도움으로 낡은 가스배관을 교체한 한 시설 관계자는 “언젠가는 고쳐야지 하면서도 재정 여력이 없어 못 했는데,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 전북사회서비스원은 현장의 인권 침해 문제 해결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해 전북 사회서비스 현장은 직장 내 갑질 문제를 고발하는 투서가 잇따르면서 혼란을 겪었다. 서비스원은 현장 종사자의 인권 보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우선 갑질과 괴롭힘 등 인권 문제 발생 때 제보자의 신원을 철저하게 보호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창구를 만들 예정이다. 인권활동가를 키워 인권 침해 문제 발생 때 현장을 직접 점검하게 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도 도움을 줄 계획이다.

종사자들이 참여한 ‘인권지킴이’단을 만들어 조직 내에서 자연스럽게 인권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지속적인 교육으로 만일에 발생할 인권 침해도 예방할 예정이다.

현장과 긴밀히 소통할 창구도 만든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장부터 일반 직원까지 참여자의 자격 제한을 두지 않은 포럼을 만들어 서비스원에 바라는 정책 제안을 받는 한편 구성원 간의 벽을 허문 대화를 통해 현장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전북사회서비스원은 이 밖에도 지역 내 3700여 개 서비스기관의 안정적인 경영을 지원한다. 기관이 본래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사 회계 노무 법무 등 경영에 필요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전주시와 장수군에 종합재가센터를 만들고 9개 시설을 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아 직접 운영한다. 이를 통해 도시와 농촌지역에서의 새로운 재가서비스 모델을 만들고 종사자들의 처우를 끌어올려 민간 영역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칠 예정이다.

서양열 원장은 “민간이 주도하는 사회서비스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7만8000여 명의 종사자와 서비스를 받는 전북도민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전북사회서비스원#사회서비스 현장 구축#전북도민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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