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환자 2주 새 2배로…‘트윈데믹’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4일 1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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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발생률, 이미 지난겨울 최대치… 취학 전 아동 발생 위험 높아
유행 시 고령층 중환자 증가 우려… “코로나19 병상 부족과 겹칠 수도”

국내 인플루엔자(독감) 의심환자가 2주 만에 2배로 증가했다. 올겨울 독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환자 병상 부족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질병관리청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최근 1주일(10월 31일~11월 6일) 전국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는 3.3명으로 집계됐다. 2주 전(1.6명)의 2배로 증가한 규모다. 아직 유행 기준(5.8명)에는 못 미치지만 이미 지난겨울 최대치였던 지난해 11월 8~14일(3.3명)과 같다.

특히 취학 전 아이들에서 독감 의심환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 1~6세 의심환자 발생 비율은 6.5명으로 지난겨울 최대치였던 지난해 11월 22~28일(3.3명)의 2배 수준이다. 50~64세 장년층의 독감 의심환자도 3.3명으로 다른 성인 연령대보다 많았다. 단, 여름감기로 불리는 파라인플루엔자 환자는 전주 대비 11% 감소해 상승세가 꺾인 모양새다.

이 같은 독감 증가에 방역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지난 겨울엔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외부 활동을 줄인 덕에 독감 환자가 역대 가장 적었다. 반면 올 겨울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라 활동량이 늘면서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트윈데믹이 현실화하면 가장 우려되는 건 중환자 치료다. 노인 인구가 독감에 걸리면 위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다. 독감 유행에 대비해 중환자실의 여유가 필요한데, 이미 코로나19 중환자만으로도 병상과 인력이 부족하다.

14일 0시 기준 입원 치료 중인 코로나19 중환자는 483명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중환자) 500명까지는 현 의료 체계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기준까지 불과 20명 남짓 남은 셈이다. 전날 코로나19 신규 사망자는 32명으로 올 1월 8일(35명) 이후 가장 많았다.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13일 오후 5시 기준 59.6%로 일주일 전인 6일(50.8%)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서울은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76.2%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 잠시 중단하고 비상계획 발동하는 기준으로 제시한 기준(중환자실 가동률 75%)을 웃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올 겨울에 독감이 유행할 거라고 예단하긴 어렵지만 지난 겨울에 비해 유행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코로나19 확산세와 함께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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