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오전-오후반 운영” 강남 무허가 클럽들 몰래 영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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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거리두기 완화 앞두고 ‘핼러윈 특수’ 노려 버젓이 홍보
단속 피해 오전 6시부터 영업도… 이태원 술집들도 핼러윈 준비 한창
상인 “방역 지켜 안전한 축제돼야”… 전문가 “위드 코로나 방역에 고비”
서울시, 내달 2일까지 특별단속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지금 검사를 받으세요. 나의 가족을 위해’라는 문구와 함께 온라인 모임을 권고하는 
핼러윈데이 방역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는 핼러윈데이인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서울경찰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법무부 등과
 코로나19 방역 특별 단속을 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지금 검사를 받으세요. 나의 가족을 위해’라는 문구와 함께 온라인 모임을 권고하는 핼러윈데이 방역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는 핼러윈데이인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서울경찰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법무부 등과 코로나19 방역 특별 단속을 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핼러윈 DJ 라인업 최고, 오전반·오후반 나눠 문의주세요. 코스튬 입을 시 우대해 드립니다.”

31일 핼러윈을 나흘 앞둔 27일, 서울 강남의 한 무허가 클럽은 인스타그램에 이 같은 홍보 메시지를 올렸다. 다음 달 1일부터 유흥업소 영업이 밤 12시까지 가능해지는 등 방역지침이 완화될 예정인 가운데 서울 강남과 이태원, 홍익대 인근 등 일부 무허가 클럽들이 핼러윈에 단골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인 영업에 나섰다. 핼러윈 당일은 완화된 방역조치가 시행되기 하루 전이므로 수도권 유흥업소의 영업이 금지되지만 클럽 형태로 무허가 운영을 하는 일부 라운지바 등 업소들이 이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이 업소들은 ‘오전반’(오전 6시∼오후 2시)과 ‘오후반’(오후 6∼10시)으로 나눠 손님을 받는다고 버젓이 홍보하고 있다. 이 업소들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놓고 DJ 부스와 무대를 꾸며 유흥주점에 해당하는 클럽처럼 운영된다. 오전반의 경우 단속반이 오더라도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중이었다”라고 둘러대며 단속을 피하기가 용이하다는 게 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후반에 대해선 경찰 단속에 대비해 손님들이 지하주차장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둔다고 한다.

한 업소 관계자는 “핼러윈에는 최상의 DJ 라인업을 선보일 수 있고 코스튬한 사람들로 가득할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 단골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있다”며 “특히 오전반은 단속될 위험이 작고 지하이다 보니 어두워서 밤처럼 놀 수 있어 선호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전했다.

무허가 클럽 이용객들은 핼러윈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라운지 바를 방문한 고모 씨(25)는 “경찰 단속이 시작되자 내부에서 지하로 연결되는 통로로 나가 달라는 안내 방송이 여러 번 나왔다”며 “핼러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아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했다. 직장인 신모 씨(23)는 “핼러윈에도 몰래 숨어서 유흥을 즐겨야 하는 점은 불만”이라며 “바로 다음 날부터는 클럽도 갈 수 있고 술집 영업시간도 사라지는데 하필 핼러윈이 31일이라 아쉽다”고 했다.

27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는 핼러윈을 맞아 화려한 장식과 함께 ‘핼러윈 기간 이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자’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한 술집 직원은 “거리 전체가 핼러윈 분위기로 변하고 있어 더 늦기 전에 가게 전체를 핼러윈 장식으로 꾸미고 있다”며 “올해 핼러윈은 방역수칙을 잘 지켜 안전하게 보내면서도, 이태원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핼러윈 집단 감염 가능성을 경고하며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8일 “확진자가 지난주부터 증가세를 보인다. 핼러윈 기간에 개인이 방역수칙을 지키는 등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핼러윈에는 불특정 다수가 한곳에 모이기 때문에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경우 역학조사가 어렵다. ‘위드 코로나’로 가기 전 다시 사회가 멈출 수 있다”며 “올해 핼러윈까지는 시민들이 위험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핼러윈 주간 서울시 특별방역 지침’을 통해 다음 달 2일까지 경찰과 함께 방역 특별 단속을 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태원, 홍대, 강남역 등 주요 지역의 유흥시설을 집중 단속해 인원 제한, 춤추기 금지 등이 준수되는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핼러윈 파티#무허가 클럽#핼러윈 유흥업소#방역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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