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세입자가 불법 공유숙박 영업… ‘방역사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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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안리 등서 활개… 집주인 골머리

“세입자가 불법 공유숙박업을 청산하고 퇴거하게 도와주세요. 지자체와 경찰은 손쓸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60대 A 씨 부부가 최근 절박한 심정으로 검찰총장에게 보낸 7장 분량의 청원문 내용이다. 부부는 올 초 입주를 시작한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앞 59m² 규모의 오피스텔 한 채를 3억 원 넘는 돈을 주고 분양받아 30대 남성에게 임대를 놨다. 보증금은 1년에 1000만 원, 매달 125만 원의 세를 내는 조건이었다.

○ 불법 공유숙박 ‘재산권 피해’ 심각
그런데 오피스텔에서 신혼생활을 할 거라고 했던 남성은 A 씨로부터 임차한 오피스텔을 하루 10만∼20만 원을 받고 관광객들에게 빌려줬다. 오피스텔을 빌려 불법으로 공유숙박업을 운영한 것이다. 오피스텔은 법적으로 주거나 업무용으로 사용할 수는 있어도 숙박업은 할 수 없다.

이 사실은 안 A 씨가 “임대차계약에 따라 주거 외 목적으로 쓰니 퇴거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남성은 “숙박 예약이 다 차 있어서 못 비킨다. 법대로 하라”며 연락을 끊어버렸다. 월세도 4개월째 밀렸다. 속만 태우던 A 씨는 세입자를 상대로 오피스텔을 비워달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매일 투숙객이 바뀌다 보니 내부 훼손도 심각하다. A 씨는 해당 오피스텔이 ‘공유숙박용’이라는 입소문이 나 앞으로 세입자를 받기도, 되팔기도 어려워질까 걱정이다.

오피스텔에 A 씨와 같은 소유주는 한두 사람이 아니다. 모두 ‘심각한 재산권 침해를 받는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소유자 B 씨는 “월세 100만 원을 1년간 내기로 하고 입주한 세입자가 석 달도 안 돼 계약을 해지했다”며 “‘주거용’으로 계약했는데, 매일 늦은 밤까지 관광객들이 북적이니까 도저히 못 살겠다며 나갔다”고 하소연했다.

더 큰 문제는 불법 공유숙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사각지대라는 점이다. 입주자 C 씨는 “마스크를 벗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을 우리가 저지할 방법이 없다. 한 방에 많은 사람이 넘쳐나고 늦은 밤까지 술판이 벌어져도 속수무책”이라고 주장했다.

○ ‘단속 한계’ 법·제도 정비 필요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변 일대에서 불법 오피스텔 공유숙박 영업이 이뤄지지만 근절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19일 광안리 오피스텔 
주변에 걸린 현수막. ‘불법 공유숙박 영업 때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적혀 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변 일대에서 불법 오피스텔 공유숙박 영업이 이뤄지지만 근절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19일 광안리 오피스텔 주변에 걸린 현수막. ‘불법 공유숙박 영업 때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적혀 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공유숙박은 호텔보다 가격은 싸면서 전망이 좋고 취사까지 가능한 곳도 있어 2030세대에게 인기다. 해운대에 비해 호텔이 상대적으로 적은 광안리에 불법 공유숙박이 몰려 있다.

경찰은 올해 광안리 일대에서만 88건의 불법 공유숙박 영업을 적발했다. 규정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돼 있지만, 실제 벌금은 100만 원 정도만 부과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과 지자체는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부산경찰청 관광경찰대 관계자는 “출동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열어준다고 하더라도 ‘친척이다’라며 잡아떼면 강제수사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수영구 관계자는 “단속은 조직적으로 활개 치는 불법 영업을 근본적으로 막지 못한다.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법과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강정규 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오피스텔에서 공유숙박업을 할 경우 적극 단속하는 규정을 두거나, 아예 양성화할 경우 어떤 자격과 기준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와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오피스텔 세입자#공유숙박 불법영업#방역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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