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열돔’에 갇힐 한반도… 3년전 최악 폭염 다시 닥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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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태평양-티베트 고기압 확장… 20일쯤 한반도 상공서 합쳐질 듯
열기 못 빠져나가 계속 뜨거워져
기상청 “기압계 배치 2018년과 비슷”
올해 첫 열대야… 작년보다 23일 빨라

열대야 시작… 점점 더 더워진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강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폭염과 열대야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다음 주에는 더 심한 폭염이 올
 것으로 예보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열대야 시작… 점점 더 더워진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강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폭염과 열대야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다음 주에는 더 심한 폭염이 올 것으로 예보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3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26.3도였다. 올해 첫 열대야(최저기온 25도 이상)다. 지난해(8월 4일)보다 23일 빠르다. 폭염은 이번 주 내내 계속된다. 하지만 이건 ‘예고편’ 수준이다. 다음 주에는 더 강한 폭염이 시작된다. 20일 전후로 이른바 ‘열돔(Heat Dome)’ 현상이 예고된 것이다.

기상청은 13일 브리핑에서 “19일 이후 한반도 대기의 하층과 상층이 모두 뜨거운 열기로 덮이는, 열돔 형태의 폭염이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18, 19일에 전국적으로 한 차례 비 소식이 있다. 만약 19일 이후 무더운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해 한반도를 덮으면 올해 장마는 그대로 끝난다.

○ 북태평양-티베트 고기압 ‘커플링’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한반도 남동쪽 5km 상공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쪽 10km 상공에 티베트 고기압이 진출했다. 두 고기압은 계속 세력을 키우다 20일경 한반도 상공에서 마치 아파트처럼 위아래 층을 이루며 자리를 잡는다. 대기 하층에 온난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그 위에 고온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위치한다. 이렇게 두 기단이 상하로 겹쳐져 대류 활동이 촉진되는 현상을 ‘커플링’이라고 한다.

커다랗고 뜨거운 고기압이 한반도를 덮으면 내부에선 하강기류가 발생한다. 햇빛에 달아오른 지표면에서 빠져나온 열이 위로 날아가지 못하고 땅으로 다시 내려가는 것이다. 이렇게 반구형 같은 고기압에 갇혀 공기가 계속 뜨거워지는 것이 열돔 현상이다. 6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과 캐나다에서 나타난 이례적인 폭염이 바로 열돔 현상 탓이다.

장맛비를 내리는 정체전선(장마전선)은 당분간 한반도에서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현재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서로 쪼개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서쪽으로 갈라진 장마전선은 현재 중국 베이징(北京)과 쓰촨(四川)성에 강한 비를 뿌리고 있고, 동쪽 장마전선은 일본 남쪽으로 내려가 있다”고 말했다. 보통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완전히 덮으면 기상청은 장마 종료를 선언한다. 19일 정도에는 장마전선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는 국지성 소나기가 자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 2018년 ‘사상 최악’ 폭염 다시 올 수도

폭염이 일찍부터 예고되면서 역대 최악이었던 2018년 폭염이 올여름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8년에도 장마가 평년보다 약 보름 빠른 7월 11일 끝났다. 또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크게 확장해 한반도를 덮었다. 당시 폭염이 7월 중순부터 8월 하순까지 이어지면서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31.4일, 열대야일수는 17.7일을 기록했다. 모두 역대 1위다. 낮 최고기온도 강원 홍천 41도, 서울 39.6도까지 올라갔다.

기상청은 “기압계 배치 자체는 2018년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때처럼 열기가 지속적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줄지에 대해선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평년보다 빠르게 세력이 커진 만큼 강한 폭염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폭염이 길어지면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가축 폐사, 과수 피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전력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최근 지구 곳곳에서 대기가 순환하지 않고 정체되는 현상들이 자꾸 발생하고 있다”며 “그 결과 지역에 따라 폭염과 집중호우가 오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계속 확장해 한반도 위에 자리를 잡으면 폭염이 상당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현재 토양 내 수분이 많은 상태라 2018년도와 같은 심각한 폭염이 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한반도#열돔 현상#최악 폭염#올해 첫 열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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