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쓰러진 여성 외면? 남녀 할 것 없이 도왔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7-08 10:23수정 2021-07-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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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승객들이 쓰러진 여성 외면했다는 글 일파만파
공사 측 “3일 오후 여성 승객이 쓰러졌다고 신고 들어와”
“의사라고 알린 남성이 나서는 등 남녀 모두 도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3호선 플랫폼 참고사진. 뉴시스
서울 지하철 객차 안에서 짧은 바지를 입은 여성이 쓰러졌는데 남성 승객들이 성추행 누명을 쓸까 두려워 외면했다는 글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자신을 해당 사건의 119 최초 신고자라고 밝힌 작성자 A 씨는 “사건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일파만파 퍼진 것 같아서 글을 쓰게 됐다”고 운을 떼며 지난 3일 119에 신고한 통화 기록과 지인들과 나눈 메신저 대화를 증거로 제시했다.

A 씨는 “앞에 서 있던 20대 여성이 제 위로 쓰러졌고, 순간 남녀 할 것 없이 그 주위로 몰려왔다”고 했다. 이어 “바로 119에 신고하니까 구조대원이 일단 밖으로 옮기라고 했다”며 “제가 신고하느라 정신이 없으니 여성 한 분과 남성 두 분이 쓰러진 여성을 들어서 압구정역에서 내렸다”고 전했다.

119 최초 신고자라고 밝힌 A 씨가 지인과 나눈 메신저 내용. 커뮤니티 갈무리
A 씨에 따르면 응급환자 발생으로 지하철은 잠시 멈췄고, 역무원들이 바로 달려와 (여성의) 장화를 벗기고 처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방송을 듣고 다른 칸에 있던 간호사가 달려오기도 했다고 A 씨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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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쓰러진 여성은) 딱히 핫팬츠 차림도 아니었고 장화도 신고 있어서 성추행을 거론할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며 “안 도와주신 분들은 그냥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 거다. 정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서 ‘괜찮냐’고 물어보고 다 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도왔다”고 했다.

이어 “의식을 차린 여성이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자 남성 역무원이 ‘만져도 괜찮냐’고 묻고는 손에 감각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주물러줬다”며 “그 여성은 울면서도 감사하다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때 저는 ‘우리나라 아직 살만하구나, 세상이 아직 따뜻하구나’ 느꼈는데 제대로 상황을 보지도 않은 사람이 인터넷에 이상하게 글을 퍼 날라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지 않는 사회가 될까 무섭다”고 우려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서울교통공사 참고사진. 뉴시스
이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 홍보팀 관계자는 8일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5일에도 일부 언론에서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당시에는 ‘3일에 3호선 열차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것 외에는 정보가 부족해 확인된 게 없다고 답변했다”며 “이후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로 발생 시점과 장소를 특정해 3일 오후 5시 50분경 수서·오금행 하행선 열차 내에서 여성 승객이 쓰러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열차가 압구정역에 들어와 멈춘 뒤 다수의 신고를 받고 대기하던 역무원이 쓰러진 여성을 승강장으로 옮겨 구호 조치를 했다. 그는 “현장에 있던 역무원에게서 ‘자신을 의사라고 알린 남성이 여성을 도왔다’고 들었다”며 “당시 간호사도 있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할 것 같지만 남녀를 가리지 않고 쓰러진 여성을 돕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또 “구조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해당 승객의 신원이나 옷차림은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승객이 몸이 불편하다고 해 직원이 본인 허락을 받고 장화를 벗긴 뒤 몸을 주물러주는 응급조치를 취했고, 이후 119구조대가 출동했지만 본인이 좀 쉬면 괜찮다고 해 쉬었다가 귀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내용이 보도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날 지하철에서 핫팬츠를 입은 여성이 쓰러졌는데 해당 칸에 있던 남성들이 돕지 않았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이 글만을 근거로 여러 매체에서 ‘3호선 핫팬츠녀’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를 내놨다. 이후 여성을 돕지 않은 남성을 비판하는 쪽과 모르는 여성을 도왔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릴 바에 돕지 않는 게 낫다는 쪽의 의견이 엇갈려 성별 갈등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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