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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전문가 기고]경쟁에서 공감으로… 창의적 상상력을 향하여

입력 2021-06-24 03:00업데이트 2021-06-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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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전북대 교수
이민호 전북대 교수
2019년 어느 날 저녁, 지하철역에서 취객이 난동을 부린다. 경찰이 와도 멈추지 않는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 청년이 취객을 끌어안는다. 아무 말 없이 그의 등을 토닥거린다. 잠시 후,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던 취객은 안정을 되찾았다. 이 장면은 ‘난동부리는 취객 포옹’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으로 퍼졌다. 동영상에는 ‘젊은이의 행동에서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는 댓글이 달렸다.

소란을 피우던 취객은 왜 갑자기 평온을 되찾았을까. 많은 사람이 감동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난동을 물리적으로 제지하는 대신 따뜻한 체온과 진정한 마음으로 안아줬기 때문일 것이다. 이 동영상은 우리에게 억압 도구나 제도가 아니라 배려하고 위로하는 마음, 즉 공감이 우선함을 일깨워줬다. 공감은 맹자(孟子)의 측은지심(惻隱之心)처럼,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갖고 함께 느끼며 도우려는 감정이다.

이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한국사회는 경쟁과 속도에 매몰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끌려가는 것 같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언감생심. 젊은 세대는 직업조차 구하기 힘든, 어둡고 긴 터널을 터벅터벅 걷고 있다. 입시경쟁 출세경쟁 외모경쟁….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경쟁의 터널 안에서 젊은이들은 헤맨다.

숨 막히는 경쟁구도는 젊은 세대를 교육의 목적이 아닌 대상으로만 인식해 획일적으로 줄 세운 결과다. 이들을 교육 주체가 아닌 객체로 변질시키는 입시 위주 교육에서 비롯됐다. TV에서 개그맨들은 ‘묻지 마 1등을 추구하는, 술 푸게 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며 울분을 쏟아낸다. 학력 우선주의, 과도한 교육열 같이 1등만을 추구하는 피로감이 만들어낸 다양한 사회적 병폐로 우리 사회는 신음한다.

사회의 지향을 경쟁과 속도에서 공감으로 전환해야 한다. 직선적 무한경쟁에서 선순환적 경쟁으로 변해야 한다. 최고의 가수들이 경연한 TV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대중의 호응을 받은 것은 ‘경쟁 속의 어울림’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기성세대의 가치관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보지 말고 차이를 인정해 그들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MZ세대의 다양한 시각과 시도를 용인하고 독려해 창의적 시도로 연결해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의 강점을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 반투어(語)의 ‘우분트(Ubuntu·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말처럼 공감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수단이나 도구로서의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함께 살기 위한 교육, 즉 인성과 창의성을 함양하는 새로운 교육이 요구된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지도나 표지판 대신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목적지로 향한다. 덕분에 빨리 도달할 수는 있지만 속도와 효율에 매몰돼 창밖의 풍경엔 관심을 잘 두지 않는다.

카트린 파시히와 알렉스 숄츠는 책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을 위해서는 내비게이션을 버리라고 제안한다. 이들은 “만일 오디세우스가 길을 잃지 않았다면 ‘오디세이아’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라고 되묻는다.

길 잃어버리기에 익숙해지는 것의 필요성과 중요성도 언급한다. 길을 잃는 것은 혼란스럽고 위험한 것만은 아니다. 주변의 장소와 사물을 새로이 바라보고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시간임을 깨닫게 한다.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성 회복의 기회다. 다양한 모험과 도전정신이야말로 창의적 상상력의 근원이 된다.

기성세대가 할 일은 젊은 세대가 온전히 모험을 떠나 즐길 수 있도록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안전판같은 역할만 묵묵히 해주면 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재직하는 거점 국립대는 다른 국·공립대와 사립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산업체와 연대하고 공감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가속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대학교육의 패러다임도 공감 능력과 창의적 상상력에 기반을 둔 교육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언컨대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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