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소 위해 ‘백신 스와프’ 카드 꺼낸 한국… 실현땐 ‘숨통’ 트여

김성규 기자 , 최지선 기자 입력 2021-04-20 20:13수정 2021-04-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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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 추진 방침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미국이 확보한 백신 여유물량 일부를 빌려오고 나중에 갚는 것이다. 실현된다면 국내 백신 수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양쪽의 공동 관심사로 보기 어렵다. 다급한 한국이 미국 측에 제안을 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 “백신 현금 방역물자 등으로 가능”
한미 백신 스와프는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박진 의원이 처음 제안했다. 당시 정부는 “백신 교환비율 산정이 어렵다”며 부정적 의견이었다. 4개월 만에 정부의 태도가 바뀐 건 그만큼 국내 백신 수급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한국에 들어온 코로나19 백신은 193만6500명분으로 상반기(1~6월) 접종 목표인 1200만 명분의 16.1%에 그쳤다. 반면 미국은 성인의 절반이 넘는 1억3000만여 명이 1회 이상 백신을 맞는 등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경우 당장 접종할 백신도 부족하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 한국 내 백신이 부족하지만 하반기에는 여유가 생길 수 있다”며 “지금 미국에서 남는 백신 물량을 빌려와서 쓰고 하반기나 내년에 백신이나 현금으로 갚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소잔여형주사기(LDS)와 진단키트 등 미국이 필요한 방역물자를 제공하고, 백신을 받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처음 백신 스와프를 제시한 박 의원은 “일단 백신을 긴급 지원받고 추후 반도체 등의 전략물자로 갚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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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미국이 한국에 백신을 제공하는 방안이 성사될 경우 그 종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미국은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 승인하지 않고 비축만 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125만 명분과 75만 명분의 백신을 빌려 주고 다시 백신으로 받을 계획을 밝혔는데 이 때 공급한 백신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었다.

● 백신 스와프, 성사 여부는 불투명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AFP) 2021.2.4/뉴스1
미국이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미 현 상황에선 난색을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한미 백신 스와프 검토 사실을 알린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백신 스와프 실현을) 단정은 못하겠다. 미국도 여름까지 집단면역 성공 의지가 강해 백신이 충족한 분량이 아니라고 설명했다”며 “현 단계에서 (백신 협력이) 쉬운 것은 아니라는 (미국의) 1차적 입장 표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5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적극 활용하고,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국 간 협력체인 ‘쿼드’ 참여 등을 통해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직 정상회담 의제로 백신 협력이 포함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쿼드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 역시 정부는 일단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번 백신 스와프 추진도 미국의 ‘선의’에 기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장관은 “꼭 필요한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표현이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초기 우리가 미국의 요청으로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상당량 공수한 사실을 미국에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백신 스와프가)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시기도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조사해보니 아직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백신에 그렇게 여유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한 특사 파견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국민의힘, ‘늑장 대응’ 비판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뉴스1 © News1
정 장관은 백신 확보 등 정부의 코로나19 대처 문제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방역 상황에서 정부가 조금 안이하게 대처한 측면이 있다고 솔직히 인정한다”고 했다. 그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안이하다’는 발언에 오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자 “외교적 측면에서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을 정도로 했느냐는 반성”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한미 백신스와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며 “정부가 야당의 제안을 귀 담아 듣고 발 빠르게 움직였더라면, OECD 37개국 중 접종률 35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는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대본에서도 외교부장관의 (스와프) 이런 언급을 뒷받침할 만한 어떤 확인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정 장관의 발언의 실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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