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부장회의, ‘한명숙 사건’ 14시간 회의 끝 “불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0일 0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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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19일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 검사들의 위증 지시 의혹에 대한 기소 여부를 두고 14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불기소 처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해 한 전 총리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 적절한지 다시 심의하도록 했지만 끝내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조남관 대검 차장(검찰총장 권한대행)이 대검 부장회의를 열라는 박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면서도 전국 고검장들까지 회의에 참석시켜 전세를 뒤집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압도적 표차로 불기소 결정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경 대검청사 15층 대회의실에서 시작해 자정 무렵까지 이어졌다. 회의에는 조 차장과 전국 고검장 6명, 대검 부장 7명 등 모두 14명이 참석했다.

대검 예규에 따르면 대검 부장회의는 심의 대상 안건에 대해 만장일치 방식으로 결론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 출석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견을 결정한다.

회의는 만장일치가 되지 않아 결국 표결로 이어졌다. 조 차장을 포함해 14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차장은 5일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결정한 당사자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기소 의견을 냈던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의 의견을 수용해 지난달 법무부에 “관련자들을 기소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표결 결과 총 14명 중 10명이 기소에 반대하고 2명이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2명은 기권했다. 일부 대검 부장을 제외한 참석자 대부분이 “증거가 불충분해 불기소 처분 결정이 옳다고 본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고검장 6명은 지난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청구 당시 법무부에 “판단을 재고해 달라”는 공동성명을 냈다.

조 차장은 이날 부장회의 결과 등을 토대로 한 전 총리 사건 관련자들을 불기소하겠다는 결정을 박 장관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마라톤 회의
조 차장은 이날 회의 시작 후 모두발언을 하고 퇴장했다. 참석자들은 오전에 사건 기록만 6600여 쪽에 달하는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기록의 요약본을 제공받아 검토했고 오후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이 사건 관련 감찰을 담당했던 한 부장과 임 연구관, 허정수 감찰3과장뿐 아니라 수사팀 검사들도 참석해 사안을 설명했다.

한 전 총리 수사를 담당한 전·현직 검사들은 고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가 재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당초 진술을 번복하자 한 대표의 동료 재소자인 김모, 최모 씨를 상대로 ‘한 대표가 거짓말을 한다’는 취지로 진술하도록 회유·협박한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다.

앞서 사건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과 대검 감찰3과 소속 검사들은 모두 “위증 교사 의혹을 주장하는 재소자들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재소자 김 씨는 조사 과정에서 “위증 교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최 씨는 지난해 법무부에 ‘위증 교사’ 진정서를 냈다가 “위증 교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검사들은 “재소자들이 먼저 제보할 게 있다면서 수사팀을 찾아왔고 초기 조사 때 자유롭게 진술하는 가운데 관련 발언을 기록한 문서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해당 사건의 주임검사인 허 과장은 수사팀의 의견을 종합해 한 부장에게 불기소 처분 결재를 올렸지만 한 부장이 결재를 거부했다. 이에 조 차장은 대검 검찰연구관 6명에게 관련 기록을 검토하게 한 후 불기소 의견으로 모아지자 관련자 전원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유원모 onemore@donga.com·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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