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도 못 이긴 새아버지에게 보낸 편지…‘軍 편지공모전’ 대상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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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2월 1일 1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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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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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아버지, 이 한 마디를 하기 위해서 지난 20년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방부는 지난달 실시한 편지 공모전 ‘새해엔 편지하소’에서 새아버지에게 마음을 전한 공군 남의관 상병이 대상을 받았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편지 공모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장기간 외출, 외박이 제한된 병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진행됐다.

외부 심사위원 등은 지난달 1일부터 2주간 총 3759편의 편지를 검토해 최종 21편을 선정했다. 현재 해군에 복무 중인 박보검 일병도 팬들에게 쓴 편지를 응모했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대상을 받은 남 상병은 새아버지에게 편지를 적었다. 남 상병은 수상 소감에서 “아버지께 미처 전하지 못한 진심을 이번 기회를 통해 전할 수 있었다”면서 “군 생활의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게 되어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외에 홀어머니, 외국인 아내, 치매로 기억을 잃으신 할머니, 기부로 인연을 맺은 소아암 환자 등에게 보낸 편지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선발된 모든 병사들에게는 3박 4일의 휴가가 지급될 예정이다. 편지 수신인에겐 설날인 12일까지 농·축·수산물 선물세트가 발송된다.

국방부는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병사들에게 마음의 위로와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군 편지 공모전 대상작
사랑하는 아버지께.

필승! 현재 공군 군악대의 대원이자, 집에서는 사랑하는 우리 가족의 막내아들 상병 남의관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나가서 찾아뵙지 못하는 요즘, 매일같이 안부 전화를 드리고 있지만 이렇게 편지로 찾아뵙자니 기분이 새롭습니다. 낯 뜨겁고 쑥스럽다는 핑계로 전화로 드리지 못한 진심을 편지로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아버지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저는 20년이 넘는 시간을 ‘아빠’, ‘아버지’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 시간 동안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었다면 있었지만, 그 시간들은 제겐 아름다웠던 추억이 아닌, 더 외롭고 쓸쓸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어머니와 저희 삼남매만 같이 살았을 때,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의식하지 않았고,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버지’보다, 저희 삼남매를 혼자서 키워주시는 어머니가 더 중요했기에, 어머니를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고등학생 때 아버지를 처음 만나고, 대학 진학을 하고, 저의 새로운 아버지가 되어주시고, 그리고 입대를 한 지금까지 아버지께서는 저의 모든 과정에 이유 없는 무한한 응원과 격려, 그리고 더 큰 사랑을 주셨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설명하는 말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흔한 말이 있는데, 그 말은 가볍게 무시하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저를 이유 없이 무한히 응원해주시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평생 채워지지 않을 줄 알았던 아버지의 빈자리가 채워지는 느낌이었기에, 그리고 채워졌기에 복잡하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냥 마냥 좋았던 기분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라는 단어와 존재의 의미를 제게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한 우리 가족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도 저희 어머니를 행복하고 외롭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휴가를 나갈 수 있을 때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이 한 마디를 하기 위해서 지난 20년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군 상병 남의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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