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망 열흘 전 입양부는 태연히 “더 건강해졌다”

  • 뉴시스
  • 입력 2021년 1월 8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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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 "부인, 스트레스 많으니 나와 소통해달라"
"입양 후회 없지만 순수하게 공개한건 아쉬워"
정인이만 어린이집 안 보내면서 "코로나 때문에"
"첫째는 왜 가나" 묻자 "점심만 먹고 빨리 온다"
확인해보니 첫째 평상시와 동일한 시간대 하원

생후 16개월만에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의 입양부가 정인이 사망 10일 전까지도 입양기관에 “건강하다”며 태연히 거짓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입양부는 입양기관에 적극적으로 아내의 아동학대 사실을 숨기는 듯한 발언을 수시로 하기도 했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받은 상담·가정방문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정인이의 양부 A씨는 지난해 10월3일 홀트와 통화에서 방송 출연 사실을 알렸다.

이와 관련해 A씨는 “함께 교류하며 지내고 있는 입양가족 중 쇼호스트가 있어 EBS에 출연하게 됐고, 아동의 입양축하 파티 장면이 짧게 나오는 장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아이는 이전보다 더 잘 먹고 건강한 상태”라며 “명절을 맞아 가족들이 부모님댁을 방문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불과 열흘 뒤인 10월13일 정인이는 사망했다. 정인이는 대장, 췌장 등 장기들이 손상됐고 그 외에도 후두부와 좌측 쇄골, 우측 척골 등 전신에 골절과 출현이 발견될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다.

A씨는 입양 후 입양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입양아동의 육아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아동학대를 하는 아내를 옹호하는 발언을 여러차례 했다.

정인이는 지난해 2월3일 입양됐는데, A씨는 같은 해 5월26일 입양기관 상담원과의 통화에서 “4월부터 육아기단축근로를 신청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 후 조기퇴근해 육아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인이의 아토피가 걱정돼 오래 키우던 애완견을 아이가 입양되기 전 다른 집으로 분양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5월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 당황했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A씨는 정인이의 배와 허벅지 안쪽에 멍이 든 이유에 대해 “(자신이) 아동의 목욕을 전담했는데 몽고반점이 몸 전체에 있어 피부 톤이 고르지 않고, 긁는 습관으로 상처도 자주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멍이 언제,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해 6월 상담원에게 아동학대 신고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고 말하며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이전과 같은 일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동을 더욱 세심하게 잘 케어하겠다”며 “현재 첫째 자녀의 육아를 위한 단축근로를 내년 상반기까지 사용할 예정이고, 둘째(정인이)의 육아기단축근로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그러면서 상담원에게 정인이의 첫돌을 기념하기 위해 가족끼리 식사를 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첫돌 기념 가족식사를 6월말이나 7월로 미뤘다고도 말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 담당자에게는 “현재 부인이 심리적으로 스트레스가 많고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니 자신과 소통해달라”고 했다.

정인이는 6월 중순 쇄골에 금이 가 깁스를 했는데, 이에 대해 A씨는 “아동이 등원할 무렵 큰 특이사항이 없었는데 하원 시 어린이집에서 목 부분이 살짝 부어있는 걸 보고 부인에게 알려줬다”며 “아직 (부인이) 심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해 7월에는 정인이를 차량에 방치했다는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고, 입양기관 상담원이 지속적인 학대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자 “입양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너무 순수하게 모든 사람들에게 입양을 공개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든다”고 불평을 하기도 했다.

A씨는 9월3일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와 통화를 할 때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여서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에 담당자가 “첫째는 등원하고 있지 않느냐”고 묻자 “첫째는 등원하고 있지만 점심 먹고 하원하는 등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하원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담당자가 어린이집에 확인한 결과, 첫째는 평소와 동일한 시간대에 하원하고 있었다.

결국 정인이만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아내와 지내게 한 것인데, 이때 집중적인 학대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두달 만에 어린이집에 등원한 정인이는 체중이 1kg나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같은 달 28일 아동학대 신고가 재접수된 뒤 상담원과 통화하면서 “두달 만에 어린이집에 등원했는데 잘 먹지 않아 체중감량으로 학대신고가 접수된 것 같다”며 “(입양기관이) 아동을 잘 양육하는지 자꾸 확인하려고 하는 것 같다. 부인이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인이와 관련해 부인이 아닌 자신과 소통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정인이의 입양모 장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안씨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아동 유기·방임)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A씨는 최근 다니던 방송사에서 해고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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