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강조하던 정부, 임상 안끝난 백신 계약…효과 미지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4일 20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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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 얀센(존슨앤존슨의 제약 부문 계열사)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계약 협상을 벌이며 도입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약정서 등을 통해 물량은 확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표로 했던 ‘내년 1분기 도입’은 실패했다. 이대로라면 한국에선 내년 2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가장 먼저 시작하게 된다.

● 국내 화이자 접종, ‘최초’ 영국보다 6개월 늦어


정세균 국무총리는 24일 “얀센의 경우 당초 예정된 물량보다 200만 명분이 더 많은 총 600만 명분을 계약했다”고 강조했다. 당초 협의된 백신 물량을 추가로 확보한 건 긍정적이다. 그러나 최근 백신을 둘러싼 이슈의 핵심은 바로 도입 시기다. 국민들 역시 ‘내가 언제 접종을 받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도입 시기만 놓고 보면 ‘얀센 2분기, 화이자 3분기 도입’이라는 계약은 실망스러운 결과다.

화이자 백신은 정부가 늑장 구매의 합리적 이유로 제시했던 ‘안전성’에 가장 부합하는 백신이다. 하지만 이 백신은 가장 마지막에 수입된다. 화이자 백신은 코로나19 백신 중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접종을 시작했다. 영국과 미국을 필두로 이미 대규모 접종이 진행 중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맞고 있어 안전성을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가장 늦게 국내에 들어오게 됐다.

반면 정부가 600만 명분을 확보한 얀센 백신은 아직 임상 3상이 완료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예방효과를 보이는지도 아직 모른다. 임상 3상은 내년 1분기에 완료된다. 얀센 백신은 1회 접종이다. 하지만 1회 접종으로 끝날지도 미지수다. 얀센은 1회 분으로 유효성이 떨어질 우려 때문에 현재 2회 분 접종까지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2회 접종으로 결정된다면 정부가 계약한 물량은 300만 명분이 된다.

1분기부터 도입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직 선진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낮은 백신을 우리 국민들이 먼저 맞게 됐다. 정부는 백신 계약을 체결한 타국가와 동일하게 ‘부작용 면책권’을 받아들였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 매우 특수한 상황”이라며 “제조사들에게 평상시의 예와 같이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막바지 협상은 매우 긴박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오전까지만 해도 질병관리청 내부에선 화이자 계약 다음 주에 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계약 임박 시기에 백신 늑장 구매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정부 측 협상 담당자 사이에서 “콧대 높은 제약사들이 국내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협상이 더 불리해지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전날 오후 급속도로 분위기가 바뀌어 24일 체결에 이르게 됐다.

● “추가 협상으로 시기 앞당기기 어려워”


정부는 화이자 백신 도입을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정 총리는 “화이자 백신은 내년 3분기부터 들어오지만 2분기 이내로 앞당기고자 국가 차원의 역량을 총동원 중이고,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 총리는 정부 역량만으로는 다국적 제약사와의 백신 계약이 어렵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그는 20일 출연한 KBS ‘일요진단’에서 “외교적으로도 노력을 하지만 그것보다는 거래 관계가 있는 국내 유수한 바이오 회사들을 동원하는 것도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국방물자생산법(DPA)까지 동원해 자국에서 생산되는 화이자 백신 물량을 묶어버렸다. 화이자가 “백신 원료가 모자라다”고 하니 미국 정부가 백신 원료를 제공하겠다며 1억 회분의 백신을 추가 계약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함께 선구매한 다른 나라들의 도입시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미노처럼 국내에 들어올 물량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미국은 팬데믹이 끝나기 전까지 자국에서 만든 백신을 내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더나는 한국에 지사가 없는데다 영국 등 선구매 국가가 많아 어렵다. 차라리 후발주자인 미국 노바백스 백신이라도 구매 계약을 서둘러 진행해야한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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