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 중심서 미래성장 동력 발굴로 JDC역할 재정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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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림 JDC이사장 인터뷰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은 대규모 단지 개발 방식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환경, 생태, 평화, 인권 등의 제주 가치를 높이는 미래 비전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은 대규모 단지 개발 방식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환경, 생태, 평화, 인권 등의 제주 가치를 높이는 미래 비전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2002년 설립된 이후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관광, 교육, 의료, 첨단과학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부동산 개발의 중심’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문대림 JDC 이사장은 “JDC가 태동할 당시 시대 상징어는 투자 유치였고 영어교육도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신화역사공원 등의 사업에서 눈부신 성장을 했다”며 “이제는 달라진 시대 환경에 맞춰 JDC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이사장은 17일 인터뷰에서 미래성장동력 산업 발굴, 과감한 투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순위 조정, 인재 발굴과 육성 등을 앞으로 JDC가 진행할 사업의 ‘핵심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각계각층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선 고통을 분담한다는 의미에서 JDC 핵심 프로젝트의 하나인 제주시 아라동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입주한 74개 기업을 대상으로 임대료를 감면했다. 5개 첨단강소기업 지원금 2억5000만 원을 선지급해 희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으며 사회적 경제조직 융자금을 상환 유예하는 등 코로나19 극복 경영 지원금을 지급했다. 농어촌 지원을 위해 농어촌진흥기금 50억 원을 출연했고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온누리 상품권을 구입해 재래시장에서 사용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 가운데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분쟁 해결을 꼽을 수 있는데 비결이 있었나.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이 버자야제주리조트를 설립하고 서귀포시 예래동에 휴양형주거단지 사업을 추진하다가 2015년 대법원이 유원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토지수용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중단됐다. 버자야그룹은 JDC를 상대로 35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4조1000억 원 규모의 국제투자분쟁(ISDS)을 위한 소송 절차를 밟고 있었다. ‘발등의 불’이었다. 지난해 취임 이후 최우선 과제였다. 정관계 주요 인사에게 도움을 청했고 탄스리 버자야그룹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전 총리에게도 부탁을 했다. 20여 차례 협상을 진행한 끝에 결국 합의를 이끌어냈다. 올 6월 말 투자 원금에 해당하는 1250억 원을 지급하는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안을 양측이 받아들이면서 법적 분쟁을 완전 해결했다.”

―그러면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을 다시 추진하나.

“버자야그룹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하려고 한 국제투자분쟁도 중단했고 사업단지 조성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JDC로 넘겼다. 하지만 토지를 수용당한 일부 토지주가 ‘땅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서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사업 인·허가가 모두 무효가 된 상태다. 사업 추진을 위한 토지가 확보된다면 방향성을 잡는 단계부터 지역 주민, 토지주들과 함께 그림을 그려가겠다. 국책사업을 유치하거나 JDC 자체 사업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사업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첨단과학기술단지 1단지가 새로운 업무단지로 자리를 잡았다.

“109만8878m² 규모의 1단지에 178개사가 입주해 있다. 산업시설용지는 100% 분양 완료됐다. 지난해 말 기준 입주기업 매출액이 3조3000억 원에 달했다. 제주지역총생산(GRDP)의 16.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고용 인원은 2650명에 달하고 있다. 제주혁신성장센터에는 45개 스타트업 회사가 입주했다.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회사로 성장하도록 JDC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

―추가로 단지를 조성하나.

“1단지 성과를 바탕으로 2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환경에너지(ET)와 융복합 분야(CT)를 보완해 2단지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기업과 대학, 정부 네트워크 플랫폼 조성 및 인재 양성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2단지 토지를 100% 확보했으며 내년 하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창업보육 육성 환경을 구축해 선순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싶다.”

―JDC 핵심 프로젝트인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사업이 지지부진했는데 돌파구를 찾았나.

“JDC가 296억 원을 직접 투자해 연면적 9000m² 규모의 의료서비스센터를 짓고 있다.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으로 헬스케어타운 전체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의료서비스센터에 병의원을 비롯해 연구시설과 교육시설이 입주할 예정이다. 정부기관의 제주분원이나 많은 돈을 들여 땅을 사고 건물을 짓기에는 부담스러운 병의원과 의료기업이 입주하기 편한 조건을 제공한다. 2008년 사업전략 최초 수립 이후 변화된 대내외 환경 등을 반영한 헬스케어타운 사업계획의 재수립을 통해 의료, 치유, 연구 기능을 갖춘 복합의료관광단지로 조성하겠다.”

―헬스케어타운에는 국내 1호로 추진한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놓고 소송이 진행 중인데 타협점은 있는가.

“녹지국제병원 사업 당사자인 중국 뤼디(綠地)그룹과 인허가권자인 제주도 사이에 2건의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원은 올 10월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 허가 취소를 정당하다고 판결했는데 항소가 접수되면서 소송이 장기화될 듯하다. 소송이 마무리되면 제주도, 보건복지부, 뤼디그룹 등과 함께 녹지국제병원의 활용 방안을 마련한다. 뤼디그룹은 헬스케어타운 투자계획 1조130억 원 가운데 현재까지 병원뿐만 아니라 호텔, 콘도, 힐링타운 등에 7457억 원을 투자했다. 뤼디그룹과의 연대를 통해 다른 사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JDC의 지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JDC는 그동안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첨단, 교육, 관광, 의료 분야의 사업 추진을 통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했다. 하지만 대규모 프로젝트 개발 과정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할 때 사업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소통하겠다. JDC 미래비전전략 용역 결과물이 이달 말 나온다. 종전 국제자유도시가 대규모 단지 개발 방식의 패러다임이라고 한다면 미래 국제도시는 제주 가치인 환경·생태와 평화·인권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무엇보다 제주도민의 공감대 형성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 미래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겠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미래성장#동력발굴#jdc#재정립#문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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