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세 통제불능, “거리두기 실기” 지적… 병상 부족 눈앞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4일 2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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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동대문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뉴스1 © News1
4일 서울 동대문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뉴스1 © News1
‘5057명’

최근 열흘간 국내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다. 약 95%(4783명)가 지역사회 감염이다. 수도권 확진자는 3334명(약 66%)이나 된다. 수도권에는 11월 초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3차례(2단계+α 포함)나 강화됐지만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거리 두기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특정 집단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대신 일상생활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탓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도 4일 브리핑에서 “조심스런 전망이지만 확산세가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이번 주말까지 확진자 발생 추이를 지켜본 뒤 전국적인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이 실기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주간 하루 평균 지역감염이 400명을 넘으면 원칙대로 2.5단계로 격상해야하는데, 방역당국이 2단계+α라는 어중간한 결정을 내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미리 설정된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조치를 덧붙이는 형태로 정책이 집행되고 있다. 기존 기준에 따르면 현재 유행 수준은 2.5단계가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위중증환자는 지난달 27일 77명에서 이달 4일 116명으로 급증했다. 중대본은 신규 확진이 400~500명대가 이어지면 중증병상이 빠르면 열흘 내 소진될 수 있다고 이날 전망했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선 인력이 부족해 병상을 충분히 늘리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중증병상 30개를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의료진과 장비를 모두 갖춰 코로나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상은 12개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12개 병상조차 본관에서 일하던 중증전담 의료진을 고스란히 옮겨온 것이어서 실제로 순증한 중증병상은 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은 최근 간호사 73명을 신규 채용했지만, 중환자 치료경험이 있는 인원은 34명(47%)에 불과하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당시 정부가 만든 국가지정격리병상(국격병상)도 인력난에 중증병상으로 전환이 여의치 않다. 서울의 A대학병원은 국격병상 4개를 갖고 있지만 이 중 1개만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가 아닌 일반 외래·입원환자들도 봐야해 추가로 투입할 여력이 없다”며 “정부가 아무리 세게 요구해도 2개 병상 이상을 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선 정부가 병원들에 충분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주고, 코로나 전담병원을 지정해 인력과 장비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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