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상황극’ 성폭행 30대 ‘무죄’ 뒤집혀…2심서 법정구속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2월 4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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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상황극’ 유도글을 채팅앱에서 보고 생면부지 여성을 성폭행 했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남성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는 4일 주거침입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39)의 항소심 공판에서 무죄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강간죄를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 취업제한 10년도 명령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랜덤 채팅 앱에서 프로필을 ‘35세 여성’이라고 꾸민 B 씨(29)의 글을 보고 연락했다. 당시 B 씨는 “강간 당하고 싶은데, 만나서 상황극을 해줄 남성을 찾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 씨가 관심을 보이자 B 씨는 집 근처 원룸 주소를 일러줬고, A 씨는 해당 원롬에 강제로 들어가 안에 있던 여성을 성폭행했다. 하지만 피해여성은 B 씨와도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엿다.

A 씨는 1심에서 B 씨에게 완벽히 속았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B 씨에게 속아 강간범 역할로 성관계한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B 씨와 협의한 상황과 범행 전 상황이 달라 스스로도 의심하고 있었고, 범행 전 상황극이 맞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불안함 속에서 범행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A 씨가 범행 후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갖고 나가 지문을 지운 뒤 강가에 버렸다는 점도 신고를 막기 위한 정황으로 봤다.

재판부는 “A 씨가 상황극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무관한 피해자를 강간했고,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치료를 받고 있고 심지어 이사까지 가게 됐다”며 “그럼에도 상황극에 충실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고 꾸짖었다.

다만 “B 씨에게 속아 범행하게 됐고, 별다른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범행을 유도한 B 씨는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9년으로 감형됐다.

1심에서는 주거침입강간죄가 적용됐으나, 2심에서는 미수죄만 인정된 데 따른 것이다. B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A 씨를) 골탕 먹이려 했을 뿐 실제 성폭행 사건으로 이어질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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