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안경 낀 秋 장관, 文 아바타 역할 한다”

최진렬 기자 입력 2020-11-28 11:29수정 2020-11-3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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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전 서울동부지검 검사장) 인터뷰
석동현 변호사. [뉴스1]
“검사들이 특정 이슈에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 동부지검장을 지낸 석동현(60·사법연수원15기) 변호사가 11월 27일 말했다. 석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야당 추천 후보로 최근 공수처 설치 문제를 놓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동부지검장 시절 부하 검사의 성추문 의혹에 정무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던진 석 변호사는 윤석열 체제의 검찰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사 중 한 명이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40년 지기다.

석 변호사가 근무했던 검찰은 지금 부글부글 끓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하자 11월 26일 고검장 전원을 포함해 40곳 이상의 검찰청 소속 평검사들이 추 장관에게 항의 성명을 냈다.

추 장관이 내세운 직무 배제 및 징계 청구 사유는 △재판부 불법사찰 △감찰 및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손상 등이다. 석 변호사는 “정치권력의 속성은 나를 건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윤 총장이 현 정권의 입맛 차원을 넘어 대권후보로까지 부각되니 정권 차원에서 맞서고 있다. 국민은 ‘살아 있는 권력 비리에 대해 검찰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면 이렇게 되는구나’라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석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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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정지시킬 인물은 따로 있다”
-추 장관이 내세운 직무 배제 및 징계 청구 사유를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일이 많다. 설령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도 불법 요소가 없는 사안을 징계 사유로 내세워 검찰총장을 징계한 적은 없었다. 단순히 검찰총장이 언론사 사주를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징계가 가능한가. 색안경을 끼고 사안을 본 것이다. 평검사도 이보다 혐의를 분명하게 적용해 징계한다.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진웅 광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도 직무 정지를 하지 않았다. 정 차장 사례야말로 직무 정지를 해야 할 상황이다.”

-추 장관이 11월 27일 낸 입장문에 따르면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의 핵심 이유는 판사 불법사찰이다.

“당치 않다. 상식적 차원에서 사찰이라고 하면 미행이나 도청 등 특수한 방법을 통해 개인을 뒷조사하는 것을 뜻한다. 검사든, 변호사든 재판을 앞두고 담당 판사가 누구인지, 과거 사건에 대한 양형은 어땠는지 등은 다 정보 검색을 한다. 추 장관이 참여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 심사 과정에서도 이 정도의 정보 검색은 활용된다.”

-윤 총장 측에서 판사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e메일을 해킹하는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는 정보를 구하지 않았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공개된 정보를 취합해 관련 업무를 대비하는 것을 사찰이라고 할 수 없다.”

-검사들의 반발이 크다.

“검사들은 웬만해선 집단행동을 하지 않는다. 윤 총장 개인에 대한 구명 차원이 아니다. 해당 직책에 누가 있든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교수 출신 법무부 장관이었다면 사안을 이렇게 끌고 가지는 못했을 테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검찰총장에 부당한 처사를 해 집단적으로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여당 정치인들 역시 과거에는 부당한 상사의 지시에 항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대통령 의중과 장관 광기의 합작”
-일각에서는 대통령에게 침묵을 중단할 것을 주문한다.

“당연한 요구로 보인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은 중요 현황에 대해서는 적절한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갈등을 빚고 있다. 관련 소식이 매일 뉴스로 나온다.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비단 이번 사안만이 아니다. 국민이 전임 대통령에게 가졌던 불만 가운데 하나가 불통이었다. 촛불을 입에 자주 올리면서 반대 모습을 보여주니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어떻게 되겠는가.”

-대통령이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입장이 군색할 것이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라 해놓고 막상 수사하니 손발을 묶고 팔다리도 잘랐다. 이제는 추 장관이라는 아바타를 앞세워 몸통마저 자르려 한다. 여기에는 대통령의 의중이 일정 부분 반영됐다고 본다. 현 흐름에 대해 침묵하는 것 자체가 대통령 본인이 인정 내지 지시한 것과 다름없다. 물론 추미애라는 정치인의 개별 특성도 작용했으리라 본다. 대통령의 의중과 추 장관의 광기가 합쳐져 지금 같은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사태가 길어지다 보니, 정치적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윤 총장을 임명할 때 가졌던 기대에 총장이 부합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솔직히 이를 인정하고 결단을 해야 한다. 윤 총장 본인도 대통령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면 스스로 결단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해법을 두고 굉장히 치졸한 방법으로 사안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검찰 상황은 어떤 정치적 후폭풍을 낳게 되나.

“현재 추 장관이 저지르고 있는 일은 정권 전체에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관계자에게 날아갈 것이다. 이 싸움은 윤 총장과 추 장관 간 싸움이 아니다. 추 장관은 자기가 싸운다고 착각하고 있겠지만, 추 장관을 앞세운 정권의 만행이다. 국민 다수도 이번 사안을 추-윤 갈등으로 보지 않는다. ‘정권이 윤 총장을 임명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니 저렇게 비민주적으로 잘라내는구나’라고 판단할 것이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67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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