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이튿날 경기도의 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김아무개씨(40대)는 27일 뉴스1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자신이 코로나19 감염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얼마 전 만난 친구로부터 ‘확진됐으니 검사를 받아 보라’는 문자 연락을 받았았습니다. 처음에는 장난인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는 친구의 문자를 믿지 않았다. 분명 그 친구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10여분 정도 대화한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친구와의 전화통화는 그를 긴장하게 했다. 수화기 넘어 낮은 목소리에서 풍기는 진지함에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친구와의 전화를 끊고 나서 옆을 보니 아내와 아이들이 완전히 얼어 있었습니다. 눈에는 저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김씨는 곧바로 보건소에 연락해 검사를 요청했다. ‘나는 아닐거야’라고 확신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불안감이 자리했다.
“당연히 음성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픈데도 없고 멀쩡했으니까요. 그런데 검사 이튿날 아침에 보건소로부터 전화가 오더군요. 설마설마 했습니다.”
확진 사실을 알리는 전화였다. 그의 가슴은 철렁 내려 앉았다.
“한동안 아무 생각도 안나더라구요. 그냥 멍했습니다. 그러다 혹시 가족들이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친구가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코를 가리지 않고 있었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무증상이었던 그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면서 아내와 아이들만은 감염되지 않길 기도했다. 다행히 김씨의 아내와 아들, 딸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그는 안도했다.
김씨 확진 소식은 직장에까지 전달됐다. 직장은 그 즉시 폐쇄됐고, 동료 7명은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았다. 가족과 마찬가지로 모두 음성 판정됐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모두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했다.
“너무 죄스럽고 미안했습니다. 저 때문에 직장이 그렇게 됐고, 동료들도 검사를 받아야 했기에 미안하다는 말 외에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김씨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주변의 인식이었다. 특히 딸 친구들 사이에서 ‘○○이 아빠 확진됐다’는 내용의 SNS 문자가 돌았고, 그 일로 딸이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다.
“딸아이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사춘기 딸이 했을 고민을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습니다. 코로나 확진 통보를 받았을 때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그는 퇴원 이후에 대한 걱정도 털어놨다. 감염병이다보니 혹시나 있을 재발 혹은 바이러스 전파 우려에서다.
“완치돼 이곳을 나간다고 해도, 사람들과 쉽게 만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로 인해 누군가가 또 피해를 입을 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김씨보다 먼저 확진된 친구는 마을 모임에 나온 한 70대 노인과 한 식당에 있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 노인은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생활치료센터 입소 시 무증상이었던 김씨는 현재 37.3도 수준 미열과 근육통,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외부인과의 접촉이 철저히 차단된 센터에서 사흘째 생활을 하고 있다. 정해진 취침 시간은 없으며, 식사 때가 되면 센터 관계자들이 방문 밖에 가져다 놓은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오전 8시와 오후 4시 하루 두 번은 별도 마련된 진단키트로 혈압과 맥박, 체온, 산소포화도 등을 자가 체크한 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입력을 통해 방역당국에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린다.
그의 퇴소는 기약돼 있지 않은 상태다. 입소 후 일주일째 되는 날 진단검사를 받는데, 음성이 나와야만 3일 뒤 퇴소할 수 있다. 양성일 경우 이후 3일을 주기로 계속 검사를 받아야 한다.
김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확진자들에 대한 이유 없는 비난만큼은 없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내 가족이 감염됐다고 생각하면, 이유 없는 비난 등은 하지 않을텐데 안타깝습니다. 확진자도 피해자라고 생각해 주시고, 상처되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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