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그동안 감염원이 불분명한 ‘깜깜이’ 확진자로 9명에게 코로나를 전파시킨 30대 남성(부산 199번)의 유전자가 러시아 선박 선원들에게서 검출된 동일 그룹(Gr)의 바이러스로 확인돼 부산시 보건당국의 늑장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무증상 깜깜이로 분류된 70대 확진자(부산 192번)와 50대 여성 확진자(부산 195번)도 동일 그룹으로 밝혀졌다. 러시아 선박인 페트르1호에서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 부산지역 감염 확진자는 53명으로 늘어났다.
부산시 보건당국은 1003명을 검사한 결과 9명(부산 265번¤273번)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이 가운데 80대, 70대, 60대 여성 3명은 부산진구의 한 목욕탕을 이용한 60대 여성 확진자(부산 254번)의 접촉자로 밝혀졌다. 50대 남성 1명은 이 여성과 접촉한 확진자의 접촉자다. 2차 감염 사례다. 254번 관련 확진자는 6명이다.
이날 확진된 40대 남성 1명(부산 271번)은 한진중공업 직원(부산 231번) 접촉자다. 한진중 직원은 감염원이 불분명한 60대 여성 확진자(부산 216번)와 접촉한 어머니(부산 225번)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16→225→231→271번으로 이어지는 3차 감염 사례다. 이들 연결고리의 진원지인 216번 관련 확진자는 경남 포함 11명으로 나타났다.
또 이날 확진된 50대 여성 1명은 경남 확진자(경남 203번)의 접촉자로 자가 격리 중 확진됐다. 경남의 확진자는 최근 일행 8명과 함께 전남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일행 1명도 이날 확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북구의 한 병원 환경미화원인 60대 남성은 18일 확진된 같은 병원 동료(부산 221번)의 접촉자로 자가 격리 중 이날 확진됐다.
이날 부산시 보건당국은 그동안 감염원이 불분명했던 부산 199번 확진자의 유전자가 국내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고, 러시아 선원들에게서만 검출된 동일 그룹(Gr)의 바이러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페트르1호(7733t·승선원 94명 중 46명 확진)에서 시작된 부산지역 감염은 부경보건고 병설 중학교(성인반)과 부산기계공고로 이어져 30여 명을 감염시켰다. 또 영도의 선박수리조선소에 정박 중일 때 드나들었던 선박수리공이 확진된 뒤 가족과 지인, 선박공구업체, 제3자에 까지 최대 6~7차까지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에 정박한 러시아 선박 선원의 최초 확진자 발생은 6월 21일 감천항 3부두에 입항한 아이스 스트림호(3401t)였다. 이 배에서는 6월 22일 16명, 같은 달 26일 2명이 확진됐다.
이어 아이스 크리스탈호(3933t) 1명, 카이로스호(499t) 1명, 레귤호(825t) 17명, 크론스타드스키호(2461t) 6명, 미스로브소바호(283t) 2명 등 5척에서 확진자 27명이 쏟아졌다.
약 한달 사이에 45명의 확진자가 이어지는 데도 당시 방역 당국은 교대 목적으로 하선하는 선원에게 2주간 자가 격리를 의무화한다는 지침 이외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자 방역당국은 지난달 20일부터 입항하는 러시아 선박에 탑승한 선원 전체에게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부산 지역감염의 슈퍼 전파 진원지가 된 페트르1호는 전수검사 지침이 발효된 지난달 20일 이전인 지난달 8일 입항했고, 하선을 원하는 선원이 없다는 이유로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제외했다.
당시 페트르1호에 올랐던 선박수리업체 직원(부산 157번)이 확진되자 방역 당국은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배의 집단감염자 32명을 뒤늦게 파악했다. 이후 페트르1호에서는 승선원 94명 가운데 46명이 확진됐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엔데버호(877t)에서 1명, 코르사르호(722t)에서 2명이 확진 됐다.
러시아 선원발 코로나19가 부산항을 넘어 지역 사회로의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방역 당국은 이달 3일이 돼서야 러시아 출항 선박 선원은 방역 강화 대상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현지 출항 48시간 이내에 발급받은 유전자 증폭 진단검사(PCR)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지역감염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18일 러시아에서 출항한 카람호(1315t)는 PCR 인증을 받았지만 23일 확진자 3명이 나오면서 여전히 방역 대책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안병선 부산시 건강정책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 선박이 부산항에 입항하기 전 본국에서 받은 코로나19 PCR 검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돼 있고, 또 입항 후 하선을 하거나 한국인과의 접촉이 일어나는 선원들에 대해서는 모두 전수 검사를 하도록 돼 있어 지난달 보다는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러시아 선박과 관련된 서부산 쪽의 감염이 지역사회 감염으로 발전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 선원 확진자들의 유전자 그룹(Gr)은 감염 속도가 굉장히 빨라 2, 3차 감염으로 쉽게 이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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