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집회뒤 전국 흩어져… 숨은 참가자 못찾으면 대량 전파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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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비상]광화문집회 참가자 소재파악 ‘깜깜’

8일과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 집회 참가자 중에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관광버스 등을 통해 집단 상경한 참가자가 최소 7800여 명 포함되어 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온 집회 참가자들은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타고 개별적으로 이동해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19일 현재 최소 20명. 집회 참가자들이 전국에 퍼져 있는데 진단검사에 응한 비율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10% 남짓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확진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와중에 집회 참가자 상당수가 꽁꽁 숨거나, 참가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검사에 응하지 않고 있어 전국 지자체가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1분 1초가 무색할 지경”이라고 말한다. 집회 참가자들을 빨리 찾아내지 못하면 방역 골든타임을 완전히 놓쳐 전파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감염자들로 전국이 뒤덮일 것이라는 우려다.

○ “참가자 빨리 못 찾으면 2차 집단 발병 가능성”

방역당국은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사랑제일교회의 교인들이 광화문 집회에 다수 참여했고, 우산을 펼 수 없을 정도로 밀집한 환경에서 구호를 외치는 등 위험한 행위가 벌어져 다른 참가자들에게 광범위한 전파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 온 참가자들이 집회 후 각 지역으로 흩어지면서 전국에 무차별적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회 참가자들을 한시라도 빨리 찾아내지 못하면 지역 사회에 어떻게 감염이 됐는지 알 수 없는 환자가 계속 생기게 되고 결국 어디선가 ‘뻥’ 터지며 또 다른 집단 발병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 지자체들은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에게 검사를 유도하는 동시에 참가자 명단을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수도권의 경우 많은 참가자들이 전세 관광버스를 나눠 타고 상경해 지자체들은 버스업체 등을 통해 참가자 규모와 명단을 파악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광역자치단체가 집계한 현황(19일 기준)을 보면 광화문 집회 참가자는 대구 1600여 명, 경북 1322명, 부산과 경남이 각 1000여 명, 울산 510명 등 영남권이 비교적 많다. 대전 750명, 충북 500여 명, 충남 346명, 강원 300여 명으로 충청·강원권이 뒤를 잇고 있고, 호남은 전북 245명, 전남 180여 명, 광주 59명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 “집회 안 갔다”며 발뺌… 검사율 10% 그쳐

집회 참가자 중 일부는 자진해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자발적으로 조사에 응하는 비율이 저조하다. 현재까지 파악된 집회 참가자 중 검사가 진행된 비율은 울산 6%, 부산 9.4%, 대구 11.6%, 전남 15%, 대전 22.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집회 참가자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 검사율을 추정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이 집회 참가 사실을 확인해 해당자에게 검사를 요구해도 “집회에 간 적 없다”며 발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전시 관계자는 “구체적 명단이 확보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집회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안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검사를 회피한 채 숨어 있는 집회 참가자들을 끌어내는 데 행정적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8일과 15일 광화문 일대 집회에 참석한 서울시민 전체에 대해 코로나19 검사 이행 명령을 내렸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19일 브리핑에서 “만약 검사를 받지 않고 집회 참가가 확인될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방역비용도 청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검사를 기피하거나 역학조사 과정에서 거짓진술을 해 행정력과 예산 낭비를 초래할 경우 구상권을 청구해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을 방침이다.

○ 참가자 추적에 총력… CCTV, GPS도 동원

경남도는 17일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방문자와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에게 검사를 받도록 처음으로 행정명령을 발령한 데 이어 참가자 추적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집회 참가자들이 상경하는 데 이용한 관광버스업체 등을 상대로 “집회 참가자 명단을 제출하라”며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 명령에 따르면 집회 인솔 책임자와 버스조합은 경남도 방역당국에 참석자 명단을 20일 정오까지 제출해야 하고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대구시는 집회 참가자들을 모집한 관계자와 버스 인솔자 등에게 참석자 명단을 제출하도록 요청했으나 이들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대구시는 협조를 통한 명단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폐쇄회로(CC)TV 확인과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추적 등을 통해 집회 참가자들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는 5월 이태원 클럽 코로나19 확산 사태 당시 통신업체 3사에 의뢰해 클럽 주변 기지국에 접속한 1만900여 명의 명단을 확보한 적이 있다. 서울시는 이번에도 집회 당시 광화문 주변 기지국에 접속한 사용자의 휴대전화 정보 등을 파악해 집회 참가자들을 추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지자체들은 집회 참가자들이 가급적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익명을 보장하는 등 보완 방안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창원=강정훈 manman@donga.com / 울산=정재락 /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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