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플라스틱이 새 제품으로… “쓰레기 안 만들기 실천해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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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줄이자” 인식 확산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의 작업장에서 이동이 서울환경연합 팀장이 분쇄한 플라스틱 조각을 살펴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의 작업장에서 이동이 서울환경연합 팀장이 분쇄한 플라스틱 조각을 살펴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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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한민국 성인 남녀 3000명에게 물었을 때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이의 비율이다. 2017년 같은 조사에서 54.4%가 관심이 있다고 답한 것에서 2년 사이 17.5%포인트 늘었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최근 이와 같은 설문 결과를 담은 ‘2019 국민환경의식조사’를 공개했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실천도 늘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마트나 시장에 갈 때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가지고 간다’는 응답은 72.5%에서 86.3%로, ‘일회용품 소비를 자제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64.7%에서 76.6%로 늘었다. ‘물건 구입 시 과대포장, 플라스틱 재질 등 환경에 이롭지 않은 제품 구입을 자제한다’는 응답도 56.2%에서 60.5%로 늘었다. 더 적극적으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걸 시도해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 성황 이룬 ‘플라스틱 방앗간’

시민단체 서울환경연합은 5월 재미있는 행사를 기획했다. 자투리 플라스틱들을 모아 새로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플라스틱 방앗간’ 프로젝트다.

가정에서 쏟아지는 재활용품 중 플라스틱은 재질에 따라 페트(PET),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등으로 나뉜다. 각각 녹는점과 성질이 달라 선별장에서 따로 분리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페트병 뚜껑이나 작은 플라스틱 컵 등은 버려지기 쉽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서울환경연합은 시민들이 플라스틱을 모으면서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나오는지 알게 하는 동시에 재활용의 어려움과 불필요한 플라스틱의 감축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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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세척해 색깔별로 모아 분쇄하면 치약짜개를 만드는 재료로 재탄생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각종 플라스틱을 세척해 색깔별로 모아 분쇄하면 치약짜개를 만드는 재료로 재탄생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플라스틱 방앗간’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한 달간 PP와 HDPE 두 종류의 플라스틱만 모아 서울환경운동연합에 보내면 한 달 뒤 플라스틱을 세척·분쇄해 만든 치약짜개를 돌려받는다. 5월에 시범적으로 신청을 받은 30명 중 25명이 플라스틱을 보내왔는데, 그 양이 7kg에 달했다. 참여자들은 “평소 쓰레기를 안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꽤 많이 나왔다”, “단일 재질로 된 플라스틱을 찾기가 힘들었다”, “라벨 떼기가 어려운 제품은 사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정식 프로젝트로 전환한 7월에는 1993명이 몰렸다. ‘9월 새 프로젝트가 시작하면 알려 달라’며 알림문자를 신청한 사람만 730여 명에 달한다. 당초 올해 참여 인원 목표는 1000명이었다. 이동이 서울환경연합 팀장은 “환경에 관심은 있지만 환경단체의 문턱은 높다고 생각했던 시민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면서 “자연스럽게 플라스틱 저감 문제를 인식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제로 웨이스트’부터 ‘#용기내’까지

2년 전부터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중심으로 일회용 포장재 없애기 운동을 하던 환경운동가 3명은 6월 15일 시장 인근에 ‘알맹’이라는 가게를 열었다. 포장재 없는 상품, 재생원료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다회용품을 파는 ‘제로 웨이스트 가게(쓰레기 없는 가게)’다. 알맹에는 평소 환경 보호를 엄격하게 실천하는 시민들만 찾아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손님의 절반 이상이 ‘궁금해서 와 봤다’는 20, 30대다.

“인터넷에서만 보던 유리·스테인리스 빨대를 실제 비교해보고 살 수 있어 좋다는 얘길 많이 해요. 커피찌꺼기로 만든 화분 같은 업사이클링 제품은 스토리가 있어 호응이 크죠.”

알맹을 운영하는 고금숙 활동가는 개점 이래 손님이 매일 50∼100명씩 온다며 “주말엔 문을 열기 전부터 10여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했다. 개업 전 예상했던 손님 수의 배가 넘는다. 경기나 인천에서도 일부러 찾아온다고 한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다회용기를 사용해 음식을 산 뒤 사진을 찍어 해시태그로 ‘#용기내’를 달아 올리는 것이 이어지고 있다. 4월 배우 류준열이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함께 플라스틱 줄이기 차원에서 시작한 것인데, 직접 참여하는 시민들과 다회용기를 사용할 경우 할인해주는 가게들이 인증샷을 올리며 호응하는 것이다. 김이서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인지도가 높은 배우가 실천하는 모습이 부각되니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것이 ‘힙한’ 문화로 인식되고 체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인식은 새로운 문화를 겪어보는 수준에서 점차 깊이 있는 문제의식으로 바뀌고 있다. 고금숙 활동가는 처음에는 구경만 하러 왔던 손님들이 최근에는 ‘삼베 마스크에 포장재는 필요 없다’는 식의 의견을 주기도 한다며 이런 상황을 전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이런 요구를 받으면 생산업체에 포장재 없이 묶음으로 납품해달라고 협의하게 된다”면서 “이런 요구가 늘어나면 일회용 포장재를 없애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환경문제#재활용 쓰레기#플라스틱 방앗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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