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사립고 여고생 “치마길이 검사한다며 의자에 앉혀놓고 치마속 봐”

  • 뉴스1
  • 입력 2020년 7월 21일 10시 24분


코멘트
부산의 한 사립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여학생들에게 ‘치마가 짧으니까 남학생들이 보게 되는 것이다’는 식의 말을 하거나 치마길이 검사를 하겠다며 의자에 앉혀 치마속이 보이는지 살피게 해 충격을 던졌다. © News1
부산의 한 사립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여학생들에게 ‘치마가 짧으니까 남학생들이 보게 되는 것이다’는 식의 말을 하거나 치마길이 검사를 하겠다며 의자에 앉혀 치마속이 보이는지 살피게 해 충격을 던졌다. © News1
부산의 A사립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여학생 B양은 21일, 학교측이 치마가 짧은 지 검사한다며 여학생을 의자에 앉힌 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치마 속을 보게 해 “너무 수치스러웠고 기분이 나빴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A고는 지난달 8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여학생 간담회를 실시, 교사들이 플라스틱 자로 직접 학생들의 치마 길이를 재거나 학생들을 시켜 서로 측정하도록 지시했다. 또 여학생을 의자에 앉도록 한 뒤 동료 학생들로 하여금 치마 속이 보이는지 살피게 했다.

전교생이 442명인 A고엔 여학생이 22명뿐으로 평소에도 남학생들이 수시로 외모와 몸매를 조롱하는 등 심각한 성희롱 발언에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피해 여학생 “여학생만 따로 모이게 해…4명씩 앉게 한 뒤 치마속 보이는지 살피게 해”

B양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여학생만 따로 모이게 한 것은 처음이었다”며 “치마, 화장 등 복장 부분에 대해서 합의점을 찾는 자리라고 해서 갔는데 그런 자리가 아니라 되게 강압적인 자리여서 놀랐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

이어 “중간에 의자를 놓고 앉아보라고 해서 한 4명 정도 나와 1명씩 다 앉았다”며 “선생님도 그렇고 (친구들도) 안에 속바지나 그런 게 보이는지 다 봤던 것 같다”고 믿기지 않는 일이 실제로 있었다고 했다.
진행자가 “어디서 보라고 한 것인지, 어느 위치에서?”라고 묻자 B양은 “그 옆에 서 있거나 아니면 앞에서 보라고(했다)”고 밝혔다.

그때 받았던 느낌에 대해 B양은 “아는 사람이 제 치마 속을 본다고 해도 수치스럽고 기분이 많이 나쁜데 애들이 많은 자리에서 앉으라고 시키고 그 속을 다 보는 건 많이 기분이 나빴다”고 털어 놓았다.

다만 “속바지를 안에 입고 있어(실제로 속옷을 보인 친구는 없었다)”고 했다.

◇ 피해 여학생 “선생님들, ‘치마가 짧아 남학생 눈이’· ‘행실에 더 신경 써라’는 말을…”

B양은 “요즘 시대가 많이 변했기에 학생들도 인권이 있다고 생각하고 옛날과 다르게 과하게 잡을 필요는 없는데 선생님들이 ‘학생답지 못해서 선생님들이나 남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거다’, ‘그건 당연한 거다’, ‘너희가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치마를 더 늘리거나 아니면 너네 행실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라는 등의 말을 자주 하셨다”고 털어 놓았다.

B양은 “(평소에 남학생들이) 다른 여학생이나 아니면 그 학교에 있는 여학생들에게 말을 너무 쉽게, 가볍게 한다든지 너무 저급한 단어, ’OO 같다든지‘ 그런 단어를 사용해서 친구들을 깎아내리는 말을 많이 했다”고 남학생들의 성희롱 발언이 일상화됐다고 지적했다.

또 “좀 노골적으로 쳐다본다든지, 예를 들어서 가슴이 크면 ‘쟤는 가슴이 크다’ 라든지 엉덩이가 크면 ‘엉덩이 크다’ 라든지 이런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 품평을 했던 것같다”고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 피해 여학생 “선생님들, 함구하거나 오히려 말하고 다니지 말라”

B양은 “(간담회 당시) 너무 놀라 아무런 말도 못했다”며 이 문제가 공론화 된 뒤에도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말을 안 꺼내거나 그런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하고 다니지 말라‘라고 묻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좀 강한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두려워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어떤 친구들은 오히려 (공론화돼서) 잘 됐다? 약간 이런 분위기가 많이 있는 것같다”며 이번 기회에 학교, 선생님, 남학생들이 무엇이 잘못된 지 돌아보고 반성하길 희망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