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집회, 국민 지키겠다” 박원순 시장 추모영상서 참석자들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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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13일 1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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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배우자 강난희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이 화장 절차를 밟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 도착하고 있다. 유해는 화장한 뒤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는 본인의 뜻에 따라 고향인 경남 창녕에 있는 묘소에 안장될 예정이다. 2020.7.13/뉴스1 © News1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배우자 강난희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이 화장 절차를 밟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 도착하고 있다. 유해는 화장한 뒤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는 본인의 뜻에 따라 고향인 경남 창녕에 있는 묘소에 안장될 예정이다. 2020.7.13/뉴스1 © News1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씨 속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8년 8개월간 재직했던 서울시청에서 영면에 들었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은 2000년 역사와 훌륭한 시민들이 하나의 랜드마크”라고 말할 정도로 누구보다 서울시에 자부심을 느꼈고 시민들을 사랑했던 그였다.

박 시장의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가는 길을 추모하는 영결식이 진행되는 날인 13일 오전 7시51분쯤 박 시장의 영정 사진이 서울시청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마지막 출근길인 셈이다.

서울특별시장(葬)으로 닷새간 치러진 장례의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 8시30분 영결식은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영결식 현장은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 등이 지켰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김태년 원내대표와 박원순계로 불리는 남인순, 박홍근, 김원이 의원 등이 참석했고 박 시장과 평소 가깝게 지냈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도 자리했다.

부인 강난희 여사와 아들 주신씨, 딸 다인 양을 비롯한 유가족들도 자리를 지켰다.

영결식 시작 전부터 현장에는 비통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유가족은 “오빠”라고 반복해 부르며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오열했다. 다른 참석자들의 얼굴에도 비통함이 묻어났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의 개식 선언으로 시작된 영결식은 Δ국기에 대한 경례 Δ고인에 대한 묵념 Δ추모영상 상영 Δ서울시립교향악단이 추모곡 바흐 ‘G선상의 아리아’ 연주 Δ위원장단 조사·헌화 Δ유족 대표 인사말 등 순서로 진행됐다.

추모영상에는 1956년 경남 창녕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고학 끝에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민주화 운동 참여로 제적되는 등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던 고인의 삶이 담겼다. 사법고시에 합격했지만 1년 만에 검사직을 그만두고 인권변호사로, 시민사회운동가로, 행정가로 끊임없이 변신한 박 전 시장의 일대기가 녹아 있었다.

박 시장은 추모영상에서 ‘가진 것을 버리는데 헌신하고 현장에 머무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사람’ ‘늘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 ‘시민으로 태어나 시민으로 잠든 사람’ 등으로 묘사됐다.

특히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시장이 “우리 국민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집회할 수 있도록 국민을 지키겠다”고 말한 육성과 마지막으로 고인이 남긴 유언장이 공개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는 사람도 많았다.

고민정 의원도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이제는 손을 잡을 수도 없다”며 추모곡을 소개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추모곡으로 연주했다. 고 의원은 “오늘 바깥에는 빗줄기가 무척 거세게 내리고 있다. 많은 분의 마음도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 음악과 함께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서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들의 조사 낭독이 이어졌다. 박 전 시장이 시민사회운동가로 활동할 때부터 인연을 맺어 최근까지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진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부터 입을 열었다.

백 교수는 “이렇게 갑작스레 떠났으니 비통함을 넘어 솔직히 어이가 없다”며 “박원순 당신의 장례위원장 노릇을 할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애도와 추모의 시간이다”며 “한 인간의 죽음은 아무리 평범하고 비천한 사람의 죽음일지라도 애도받을 일이지만, 수많은 서울시민들과 이땅의 국민, 해외의 다수 인사까지 당신의 죽음에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었고 특별한 공덕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제 친구 박원순은 저와 함께 40년을 같이 살아왔다”며 “그와 함께 부동산 대책을 이야기했던 게 (사망)하루 전날이었다. 제가 장례위원장으로 여기 있다는 게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변호사에서 시민운동가, 서울시장 이르기 까지 고인이 걸은 길과 해낸 일이 너무나 크다”며 “그 열정만큼이나 순수하고 부끄러움 많았던 사람이기에 그 마지막 길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 남은 일은 뒷사람에게 맡기고 편히 영면하시길. 나의 오랜 친구 박원순, 한 평생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죽음으로 서울시장직을 권한대행하게 된 서정협 행정1부시장은 “(박 시장님은) 서울시 공무원이 하나 되어 ‘시민이 시장’ ‘사람존중도시’라는 서울시정 대전제 속에서 고통 받는 이들의 삶을 회복하고자 했다”면서 “모두의 안녕(安寧)을 위해 앞으로 계속 전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고인의 딸인 다인씨는 유족을 대표해 영결식 참석자들과 추모의 뜻을 밝힌 국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인씨는 “시민 한분 한분 뵐 때마다 아버지를 뵈었다”고 울먹였다. 그는 “정말 특별한 조문행렬이었다”며 “화려한 양복뿐만 아니라 평범한 작업복을 입은 시민들의 진심어린 조문에 누구보다 기뻐하는 아버지가 ‘오세요, 시민 여러분, 나에게는 시민이 최고의 시장입니다’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시민들의 모습을 아버지가 정말 기뻐하시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영원한 시장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제껏 그랬듯 (시민을) 지켜주시리라 믿는다”며 “모두의 꿈, 한명 한명의 꿈이 존중받고 실현되는 더 좋은 특별시, 대한민국을 만들어주시길(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전 시장의 운구차는 이후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했다. 화장 이후 유해는 고인의 고향인 창녕의 선영에 묻힐 예정이다. 박 시장은 지난 9일 오후 실종돼 이튿날인 10일 오전 0시1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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