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위대한’ 윤미향 의혹, 검찰이 다 밝힐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5일 2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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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는 25일 오후 2시 40분경 대구의 기자회견장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예정보다 40분 늦은 시간이었다. 단상에 오를 땐 시민단체 관계자의 부축을 받았다. 하지만 1시간 내내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감정이 격해졌을 땐 손으로 탁자를 내리쳤고, 눈물이 흐르면 손으로 닦아내고 숨을 고르기도 했다.

● “‘위대한’ 윤미향, 검찰이 다 밝힐 것”


이 할머니는 입을 열자마자 “처음(7일) 기자회견 땐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는데, (그 후로) 너무도 많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나왔다”라며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의혹을 겨냥했다. 그는 정의연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와 관련해 “(위안부 피해자들이) 30년 동안 (곰처럼) 재주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돈은 다른 사람(윤 당선자 등)이 받아먹었습니다”라고 했다.

특히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경기 안성시의 피해자 쉼터를 고가에 매입하고 윤 당선자의 아버지를 쉼터 관리자로 앉혀 임금을 지급한 의혹을 콕 찍어 지적했다. 그는 “안성에도 보니까 쉼터를 화려하게 지어놨습니다. (쉼터에) 그 위대한 윤미향 대표의 아버님이 사셨다 하대요. 검찰청에서 다 밝힐 겁니다”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할머니는 “아직까지 그 사람은 당당하게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회견 중엔 “속 시원히 말 못하지만 엄청나게 이용당한 것도 많다”, “수십만 가지 말씀을 다 못 드린다”라며 의혹이 더 있다는 걸 시사했다.

● “피해자 소외시키고 가짜 눈물”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운동 방식이 피해 당사자를 소외시켰다고 기자회견 중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그는 “1992년 6월 25일 (위안부) 피해 사실을 신고할 당시 윤 당선자는 정대협 간사였다”고 회상하며 “(나흘 후인) 29일 모임이 있다고 해서 가보니 (정대협이) 교회에서 모금을 하고 있더라. 정작 나는 왜 모금을 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1993년 위안부 책이 발간됐을 때도 책을 내는 줄도 몰랐고, (나를) 박물관(전쟁과인권여성박물관) 대표로 앉혔지만 대표 대우도 안 했다”고 했다. 또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를 지칭할 때 ‘성 노예’라는 표현을 쓰는 점에 대해서도 “제가 왜 성 노예냐. 그 더러운 단어를 왜 쓰냐고 하니까 ‘미국 사람 겁내라는 의도’라고 답하더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정의연에 협조적인 일부 할머니만 도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어느 날 미국에 가기로 하고 윤 당선자가 600만 원인가 모금했는데 저에게 전화를 해와 ‘할머니는 정대협 사람이 아니다’라며 못 오게 했다. 이 사람은 자기 맘대로 30년을 같이 (해온 사람을) 팽개친다”고 했다.

정의연이 고(故) 김복동 할머니(1926~2019) 등 건강이 악화된 피해 할머니를 관련 행사에 참석시킨 점에 대해서도 아픈 심경을 드러냈다. 이 할머니는 “한 눈을 실명한 김복동 할머니를 미국으로 끌고 다니면서 고생시키고 이용해먹었다. 그래놓고 뻔뻔히 묘지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 가짜 눈물”이라고 말했다.

● “국민 여러분도 피해자…함께 해결해 달라”


이 할머니는 준비해온 A4용지 9장 분량의 기자회견문을 카메라를 향해 들어 보이며 “전부 읽기는 힘드니 촬영해 달라”고 말했다. 이 회견문엔 △피해자 명예 회복 방안 △한일 국민 간 교류 △청소년 대상 ‘평화 인권 교육관’ 건립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기구 △개방적이고 투명한 단체 운영 등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당부가 구체적으로 담겼다.

그러면서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 할머니는 “저만 피해자가 아니라 여러 분도 다 피해자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피해가) 대대로 내려간다”라며 “내가 이렇게 (살아) 있어도 (일본 측이) 거짓말을 하지 않느냐. 서로서로 가르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연 측은 “30년 운동을 함께 해왔던 피해자의 회견에 대해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라며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대구=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대구=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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