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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70일만에 문 연 칠성야시장, 연휴에도 손님은 작년의 10분의 1

입력 2020-05-06 03:00업데이트 2020-05-0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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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지역경제]<1> 코로나 직격탄 맞은 대구경북
연휴특수 기대하고 나온 상인들… “매출 너무 적어… 앞으로 어쩌나”
대구 주력산업 섬유-안경업 휘청… 염색단지 업체 88% 단축조업
연매출 50억 섬유업체 폐업도… 포항도 포스코 부진에 침체의 늪
경북 “피해규모 예측조차 어려워”
지난해 11월 대구 북구 칠성야시장에 방문객들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다(위 사진). 칠성야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월 21일부터 70일 동안 휴장에 들어갔으며 이달 1일 다시 문을 열었다. 연휴 기간인 3일 재개장 사흘째를 맞았지만 방문객이 많지 않아 한산하다. 대구 북구 제공·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3일 오후 8시경 대구 북구의 칠성야시장. 방문객으로 한창 붐빌 시간대인데도 눈에 띄게 한산했다. 이날 오후 6∼11시 7000여 명만이 칠성야시장을 찾았다. 지난해 하루 평균 방문객인 7만여 명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음료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현아 씨(29·여)는 “처음 개장할 때만큼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손님이 오실 줄 알았는데 너무 없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 야시장 재개장에도 방문객 10분의 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의 지역경제는 골목상권부터 지역 주력 산업까지 모두 휘청거리고 있다. 당장 전통시장 야시장을 찾던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11월 개장한 칠성야시장은 개장 직후에는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월 21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다가 최근 대구의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줄면서 1일 재개장했다. 황금연휴 특수 등으로 움츠렸던 소비심리가 기지개를 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수제꼬치 전문점 심형준 대표(29)는 “하루 매출이 기대했던 것보다 적어 큰일이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북구 칠성교에서 경대교 구간에 설치된 47개의 먹을거리 매대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음식을 구입하기 위해 10m 이상 줄을 서던 모습은 아예 사라졌다. 상인들은 하염없이 휴대전화만 바라봤고 일부 상인들은 매대 앞을 지나치는 방문객을 향해 목청껏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호응이 없자 힘없이 주저앉기 일쑤였다. 서문야시장과 동성로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동성로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42)은 “높은 임차료 등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10배나 많은 손님이 찾아와야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고 했다.

○ 예년 대목 기간에 일감 줄어 폐업도

대구염색산업단지의 상황도 심각했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수출 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도 넘었는데 코로나19 사태는 매우 암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설립 30년이 넘은 섬유업체 A기업은 터키 인도네시아 북미 등에 주로 수출했는데 최근 해외 거래처 일감이 끊겼다. A기업의 기획실장은 “주문이 하루 1건은 들어왔는데 3월 넷째 주부터 주문 취소가 잇따랐다. 직원 월급을 70%만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섬유업계에 따르면 매년 3∼8월이 대목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주문량이 크게 줄면서 입주 기업 대부분이 조업을 중단한 상태다.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 전체 입주 기업 12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12곳(88%)이 ‘단축조업을 한다’고 답했다. 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아니었으면 24시간 풀가동을 해도 모자라는 상황인데 8시간만 조업에 나서고 있는 것 자체가 심각한 위기다. 1일 연매출 50억 원 규모의 업체가 폐업했다”고 말했다.

대구의 주력산업 중 하나인 안경업체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 1∼3월 대구 안경업체의 안경테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9%(403만 달러) 줄었고 선글라스는 34.2%(42만 달러) 감소했다. 해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사개발생산(ODM) 비중이 높은데 해외 주문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014년 창업한 B기업은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월매출 7000만 원을 올렸지만 지난달 1000만 원에 그쳤다. 3월 초부터 주거래처인 프랑스 대만 인도네시아 업체가 주문을 중단했다. B기업 관계자는 “안경은 얼굴에 밀착하는데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발생한 대구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이유로 주문을 꺼리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 매출 취업 감소로 포항, 구미도 비상

경북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포항은 철강 기업 포스코의 매출 감소세로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에 따르면 올해 그룹 전체 1분기(1∼3월) 영업 이익은 705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029억 원보다 41.4% 감소했다. 매출은 14조5458억 원으로 9.2%, 당기순이익은 4347억 원으로 44.2% 줄었다. 포스코 측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라 자동차 건설 등의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게 영업이익이 감소한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 경제가 상당 기간 침체의 늪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미 국가산업단지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근로자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 1∼3월 구미지역 누적 취업자는 1만338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843명보다 9.8% 감소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피해 규모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전례 없는 위기”라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jang@donga.com·명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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