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매립 지연에 속 타는 어민들

  • 동아일보

경기불황탓 ‘유용토’ 확보 난항… 경제청, 내년 말까지 공사 연장
보상용지 공급 지연에 어민 반발… “한진重 독단 막아 달라” 청원도

인천 송도국제도시 11-2공구 매립 현장. 송도아파트 현장 등 9개 건설 현장에서 품질 규격에 미달된다는 이유로 토사 반입이 중단돼 논란을 빚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천 송도국제도시 11-2공구 매립 현장. 송도아파트 현장 등 9개 건설 현장에서 품질 규격에 미달된다는 이유로 토사 반입이 중단돼 논란을 빚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천 송도국제도시 동남쪽에 위치한 송도 11-2공구 매립조성공사 준공이 하염없이 늦어지면서 어업보상용지 공급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9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2013년 인천경제청은 송도 앞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조업을 해 온 어민 510명에게 어업보상용지를 공급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조업을 중단하고 어선을 폐기한 어민에게 1인당 141.9m²(공공용지 포함)의 용지를 2020년 보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11-2공구 매립조성공사 준공이 수년째 미뤄지면서 도로, 상하수도, 가로등 등 기반시설 공사도 기약 없이 연기돼 어민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윤석빈 경인공동어업보상용지 추진위원장(62)은 “인천경제청의 매립기본계획을 비롯해 인천경제청과의 협약에는 2020년 어민들에게 보상용지가 공급돼야 하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아 어민들의 불만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박남춘 인천시장과 인천경제청장에게 면담을 요청해 어려움에 처한 어민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11-2공구 매립조성공사가 지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설업계는 인천경제청이 건설 현장의 수요를 파악하지 않은 채 공사를 발주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인천경제청은 2013년 12월 한진중공업과 매립조성공사 계약을 하면서 송도국제도시 공구 가운데 처음으로 지역 내 공사 현장에서 나오는 흙인 ‘유용토’를 이용해 매립하기로 했다. 11-2공구는 2016년 초부터 유용토를 이용한 매립을 시작해 2017년 6월 공사를 끝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용토를 구하지 못해 매립은 지지부진했고 인천경제청은 매립공사를 맡은 한진중공업과 3차례에 걸쳐 공사기간을 연장했다.

내년 말까지 공사기간을 추가로 연장하면서 당초 매립계획보다 4년가량 준공이 지연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경기 불황으로 공사 현장이 줄면서 흙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공사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한진중공업이 시공사, 운반업체 등으로부터 준조세 형식으로 받는 ‘반입자 공동분담금’이 매립준공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진중공업은 인천경제청과의 협의에 따라 2016년 12월부터 토사 m³당 430원(덤프트럭 1대당 5160원)으로 책정해 받고 있다. 세륜기 및 고압 살수기, 세륜기 관리원, 자재 검수원 경비 등 반입자 공동분담금을 11-2공구에 토사를 반입하는 건설사로부터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송도아파트 현장 시공사와 운반업체들은 11-2공구를 외면한 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송도 10공구)과 인천항만공사(송도 9공구)의 공유수면 매립 현장으로 흙을 반출했다.

이로 인해 토사를 받지 못한 11-2공구의 매립 준공이 늦춰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10공구와 9공구에서는 반입자 공동분담금을 별도로 받지 않았다. 인천경제청이 발주해 대우건설이 매립한 11-1공구에서도 이런 분담금은 없었다.

11-2공구 매립 준공이 내년 말에 끝난다는 보장도 없어 어업보상용지를 기다리는 어민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달 중순경 “11-2공구 매립을 맡고 있는 인천경제청과 한진중공업의 독단을 막아 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한진중공업이 11-2공구에서 반입되는 토사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지 꼼꼼히 따지면서 송도아파트 현장 대부분이 토사 반출이 막혔다.

3월 송도아파트 현장에서 11-2공구로 반입되는 흙에 콘크리트 성분이 섞여 있는 등 품질 규격에 미달돼 포스코건설, 대방건설 등 송도아파트 현장 7곳과 남동구 건설 현장 2곳 등 현장 9곳의 11-2공구 토사 반입이 영구 불허되면서 매립 준공은 더욱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경제청과 한진중공업은 4회 이상 품질 규격 미달 토사를 반입한 아파트 건설 현장을 영구 퇴출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인천경제청 송도기반과 관계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토사 수급이 일정치 않아 11-2공구의 매립 공사 기간이 연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송도 매립조성공사#어업보상용지#어민#공사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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