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의료진·마스크…정부 특단이 필요한 3가지 방역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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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5일 0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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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800명을 넘어선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앞에 환자의 조기발견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방식의 ‘서울시 차량이동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탄 채 검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 차량이동 선별진료소는 3일 서울 은평병원(은평구)·소방학교(서초구)·잠실주경기장 주차장(송파구)에 이어 4일에는 이대서울병원(강서구)에서 운영된다.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800명을 넘어선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앞에 환자의 조기발견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방식의 ‘서울시 차량이동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탄 채 검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 차량이동 선별진료소는 3일 서울 은평병원(은평구)·소방학교(서초구)·잠실주경기장 주차장(송파구)에 이어 4일에는 이대서울병원(강서구)에서 운영된다.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정책의 대표적인 3가지 구멍으로 중증환자를 위한 병실 확보, 의료진 부족, 마스크 품귀현상 등 3가지가 지목되고 있다.

그중 병실과 의료진은 나이가 많거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중증환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이고, 마스크는 국민 불안을 키운다는 점에서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구 입원·입소 대기 2300여명…사망자 34명, 더 늘어날 수도

대구시청 2층 상황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는 권영진 대구시장.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병실 부족 등을 호소한데 이어 지난 1일에는 “군 의료진 101명이 투입됐는 데도 의료인력이 부족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 News1
대구시청 2층 상황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는 권영진 대구시장.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병실 부족 등을 호소한데 이어 지난 1일에는 “군 의료진 101명이 투입됐는 데도 의료인력이 부족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 News1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 또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지 못하고 대기 중인 확진자는 지난 4일 오전에만 2300명에 달했다. 그중 65세 이상 노인과 만성폐질환·암 등 기저질환자는 당장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에서 입원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이다.

병상 확보 문제를 놓고 유독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확진자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4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확진자 수는 5621명이다. 전체 감염자가 많아짐에 따라 고위험군 규모도 덩달아 커지는 상황이다.

고위험군 환자는 시시각각 증세가 변할 수 있어 신속한 입원치료가 중요하다. 4일 오전 1시50분쯤 칠곡 경북대병원에서 숨진 33번째 사망자(67·여)는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망원인은 폐렴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대구 지역에서 고령이신 70세, 80세 이상 노인들이 급속히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있다”며 “폐렴 또는 호흡곤란 증상이 악화돼 응급진료를 받거나 숨지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국내 사망자는 이날 오전 현재 총 34명이다.

고위험군 확진자가 늘면서 스스로 호흡을 하지 못하는 위중환자와 산소치료를 받은 위중환자 수도 덩달아 많아졌다. 위중·중증환자 수는 지난 1일 27명에서 2일 34명, 3일 41명, 4일에는 52명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방역당국이 대구 지역에서 검사를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대상을 신천지 신도에서 일반 시민으로 바꾼 것도 고위험군을 시급히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에 입원시켜야 사망자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의료진·물자 부족…신규 공보의 9일부터 대구·경북 등에 투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전 대구 서구의 한 생활용품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대구 시민들은 가게가 문을 여는 오전 10시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섰으며 해당 가게는 1인당 마스크 3장과 손소독제 1개로 수량을 제한 판매했다.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전 대구 서구의 한 생활용품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대구 시민들은 가게가 문을 여는 오전 10시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섰으며 해당 가게는 1인당 마스크 3장과 손소독제 1개로 수량을 제한 판매했다. © News1
신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대구는 의료진과 물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일 0시 기준 대구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총 4006명이다. 그중 2583명이 신천지 관련자이고, 청도대남병원 2명, 기타로 분류된 환자는 1421명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월 29일 기자회견에서 병실 부족 등을 호소한데 이어 지난 1일에는 “군 의료진 101명이 투입됐는데도 의료인력이 부족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권영진 시장은 “101명은 대구의료원과 대구동산병원에서 기존 의사와 간호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피로도가 굉장히 높아졌고 환자 숫자도 늘어나 의료인력 증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대구에 있는 의료진이 통상 14일을 일한 뒤 그 기간만큼 휴식을 취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민간기관에서 파견한 의료진 중 의사 45만~55만원, 간호사는 30만원을 일당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대구에서 일한 의료진은 14일간 추가로 증상 여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을 받도록 돼 있다. 이로 인해 민간에서는 대구로 내려가는 것을 고심하는 의료진이 많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과 전문의는 “모니터링 기간까지 포함하면 대구를 다녀오면 한 달 동안 병원을 운영할 수 없어 참여를 망설이는 의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건복지부는 ‘2020년도 신규 의과 공중보건의사’ 742명을 군사훈련 없이 조기 임용한 뒤 오는 9일부터 대구와 경북 등에 배치할 예정이다. 공보의가 군사훈련을 받지 않고 현장 근무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81년 공보의제도가 시행된 이후 처음이다.

◇마스크 가격 5배 껑충…재사용 정부 지침까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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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으로 국내에는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마트와 약국 등을 방문했다가 발걸음을 되돌리는 시민이 많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지고 매점매석 행위까지 벌어지면서 마스크 가격이 종전보다 약 5배로 뛰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마스크 가격은 코로나19 발생 전 오프라인 매장에서 개당 2000원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개당 800원대에 판매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쇼핑몰 가격도 개당 3000~40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마스크 출하 물량을 하루 기준 500만개대로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마스크 수출을 제한한데 이어 공적 판매 비율을 8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는 업자를 계속 적발하고 있지만, 품귀현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다. 매점매석은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보다 150%를 초과한 물품을 5일 이상 보관하는 행위다. 매점매석은 물가안정법 제7조, 제26조를 위반한 것으로 적발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코로나19가 감염자 비말(침방울)이 다른 사람 호흡기로 들어갈 경우 발병하는 특성을 보이는 것도 마스크 품귀현상에 불을 지폈다. 마스크 부족 현상이 심해지자 질병관리본부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보다 외출을 줄이고 재택근무 등 집에서 머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나섰다. 식약처도 마스크 재사용에 대한 지침을 최초로 만들어 공개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겸한 국무회의에서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치는 점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가수요를 억제하지 못하면 공급물량을 늘려도 소용이 없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마스크 가수요를 억제하고, 부족한 병실과 의료진을 획기적으로 보강할 수 있는 정부의 특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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