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저질환 앓는 고령자, 위험층 집중관리 시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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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31명중 30명이 기저질환자… 의심-포착 어렵고 병세 급속 악화
감염된 줄 모르다 死後 확진 속출… 신천지 관리에 후순위 밀려 취약

지난달 21일 A 씨(82·대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장기간 고혈압 치료약을 복용 중인 만성질환자다. 확진 후 그는 바로 입원하지 못했다. 빈 병상이 없었다. 그는 3일까지 12일째 자가 격리 중이다. 구청 직원들은 매일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약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A 씨의 상태가 언제 갑자기 악화될지 모른다. A 씨를 돌보는 딸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도 있다.

A 씨가 사는 지역에는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는데도 입원하지 못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또 있다. 치매를 앓는 85세 노인과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는 27세 남성이다. 혼자서는 자가 격리 수칙을 지키기 어렵다. 의료기관의 집중 관리가 없으면 갑자기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최근 대구에서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환자들이 사망에 이르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대구 지역 17번째 사망자인 B 씨(79·여)는 생전에 감염 사실조차 몰랐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던 그는 2일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계명대 동산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폐렴 증세를 확인한 의료진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한 결과 감염이 확인됐다. 같은 날 숨진 C 씨(78·여)도 숨진 뒤에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C 씨는 당뇨병과 고혈압, 뇌졸중, 고지혈증을 앓고 있었다. 3일까지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31명 중 30명에게 기저질환이 있었다.

기저질환자는 원래 갖고 있던 질병으로 인한 이른바 ‘위장 효과’ 탓에 주변에서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여서 급격히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건 대부분 병세가 위중할 때다. 정부의 방역망도 이들을 조기에 포착하지 못한다. 대구 지역의 경우 신천지예수교(신천지) 신도를 우선 검사하다 보니 고령의 기저질환자까지 검사나 입원, 치료에 있어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사망자가 이어지자 보건당국은 3일 일반 고위험군 시민의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일반 대구시민들이 검사 기회를 놓치는 문제가 있었다”며 “고위험군을 우선 조사해 사망자를 줄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동웅 leper@donga.com·박성민 / 대구=장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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