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격리-응급실 폐쇄 속출… 응급의료시스템 마비 우려

한성희 기자 , 김소민 기자 , 위은지 기자 입력 2020-02-21 03:00수정 2020-02-2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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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비상]
대구 응급실 10곳 폐쇄 등 곳곳 비상
대구의료원으로 이송되는 의심환자 20일 대구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 앞에서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환자를 이송해온 앰뷸런스에서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 대구=뉴스1
20일 오전 9시 50분경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비상이 걸렸다. 의식불명으로 실려 온 환자 A 씨가 엑스레이 검사에서 폐렴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의심한 의료진은 즉시 센터를 폐쇄하고 방역에 돌입했다. 이 센터는 인구 약 979만 명인 경기남부권역 권역응급의료센터 5곳 가운데 하나다. 하루 평균 응급환자 300명 이상을 진료한다.

폐쇄 여파는 작지 않았다. 119구급대는 이날 오후 1시 20분경 급성심근경색이 의심되는 87세 남성을 아주대병원으로 옮기려다 센터 폐쇄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혼란을 겪었다. 같은 병원 권역외상센터도 덩달아 비상이 걸렸다. 외상센터에 중증 외상 환자가 가득 차도 권역응급의료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다. 다행히 A 씨는 오후 3시 50분경 코로나19 음성으로 확진됐다. 하지만 약 6시간 동안 지역 응급의료 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버렸다. 민영기 아주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타격이 엄청나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응급의료가 마비될 수 있다”고 했다.

○ 서울에서 유일한 중증외상센터도 문 닫아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해 문을 닫은 응급실은 20일 오후 3시 현재 10곳. 이로 인한 응급병상 공백은 161개에 이른다. 이는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확진자가 아닌 의심 환자만 방문해도 응급실은 짧게는 수시간, 길게는 사흘 이상 폐쇄한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의료진은 14일씩 격리된다. 응급의료 공백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같은 날 오전 9시 반경 경기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 응급의료센터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1시간 전 호흡곤란으로 실려 왔다 숨진 남성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폐렴 진단을 받았다. 환자와 접촉했던 의료진 20명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온 오후 2시까지 응급실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예정돼있던 수술과 외래, 회진을 모두 취소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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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유일한 중증외상센터인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도 18일 소방당국에 ‘환자 수용 불가(바이패스)’를 통보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와 선별진료 등에 핵심 역할을 맡아 외상 환자를 돌볼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센터가 진료하는 외상 환자는 하루 평균 10명 안팎. 이곳에 오지 못하는 외상 환자는 경기 의정부시나 수원시 권역외상센터까지 가야 한다. 모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35km 이상 떨어져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상공은 비행제한구역이라 닥터헬기로 환자를 옮길 수도 없다.

○ 의료진 격리는 더욱 치명적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던 의료진 격리는 응급실 폐쇄보다 더욱 심각한 파장을 낳는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14일이나 손발이 묶이면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 코로나19 29번 환자가 다녀간 고려대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16일 폐쇄했다가 19일 다시 문을 열었지만 응급실 인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5명이 여전히 자가 격리 상태다. 18일 응급실을 폐쇄한 경북대병원도 의료진 37명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 언제 문을 다시 열지 모른다.

정상 운영하는 다른 응급실로 환자가 몰리면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져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진우 동아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된 뒤 의심 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의료진의 긴장도가 하늘을 찌른다”라며 “특히 의심 환자를 진료할 땐 방역복 착용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해 일반 응급환자에 비해 3, 4배 긴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의료계에선 보건소가 당분간 코로나19 선별진료 업무만을 전담 수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선별진료소로 의사들이 차출돼 급성심근경색처럼 ‘골든타임’을 다투는 중증응급질환마저 공백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병원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선별진료소에서 철저히 걸러내 응급실 폐쇄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원광대병원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 8번 환자가 방문했지만 선별진료소에서 걸러내 응급실 폐쇄를 막았다.

한성희 chef@donga.com·김소민·위은지 기자
#코로나19#의료진 격리#응급실 폐쇄#중증외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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