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의자가 “얼굴 꼭 봐요” 문자… 檢이 준 자료로 피해자 연락처 알아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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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필기구로 지웠는데 긁고 봐”… 피의자 “자연스럽게 지워져 본것”

성추행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피의자가 검찰에서 받은 수사 자료를 통해 피해자 연락처를 알아내 실제 연락까지 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서울동부지검에 따르면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은 남성 A 씨는 올해 10월 ‘앞으로의 변호에 필요하다’며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수사 자료를 요청했다. 검찰은 피의자 신문조서 등 수사 자료 일부를 A 씨 측에 줬다.

그런데 성추행 피해자인 여성 B 씨는 지난달 A 씨한테서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받게 된다. A 씨는 ‘올해가 가기 전에 얼굴 한번 꼭 봐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직접 전화를 걸어 “혹시 괜찮다면 얼굴 잠깐 뵙고 얘기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검찰로부터 받은 수사 자료를 통해 B 씨의 전화번호를 알게 됐다. 검찰은 피해자의 연락처를 가리고 자료를 줬는데 A 씨가 이를 알게 된 것이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자료에 나와 있는 피해자 연락처를 필기구를 이용해 가렸는데 피의자가 필기구로 지운 부분을 긁어내면 (연락처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며 “연락처를 가리는 데 썼던 해당 필기구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 씨는 “(검찰이 필기구로 가린 부분을) 긁은 게 아니라 저절로 지워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성추행#피해자 연락처#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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