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운동선수, 인권침해 심각…10%가 “성폭력 경험”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16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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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실태 조사' 발표
102개 대학교 7031명 대상…선수 4924명 참여
언어폭력 1514명(31%)·신체폭력 1613명(33%)
성폭력 피해 473명(9.6%)…'강제 성행위'도 2명

언어·신체·성폭력 등을 경험한 적 있는 대학교 운동선수의 비율이 초·중·고 학생 선수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발표한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 응한 4924명 중 31%가 언어폭력을, 33%가 신체폭력을, 9.6%가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선 인권위가 지난달 7일 발표한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에선 조사에 응한 5만7557명의 초·중·고 학생선수들 중 15.7%가 언어폭력을, 14.7%가 신체폭력을, 3.8%가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회원 대학을 중심으로 총 102개 대학, 7031명의 학생 선수에 대한 인권 상황 실태조사를 수행했다. 4924명(남 4050명·여 674명)이 참여했으며, 응답률은 71%였다.

이번 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1514명(31%)이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나 욕·비난·협박’을 들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경기장(88%)과 숙소(46%)에서 선배(58%), 코치(50%), 감독(42%) 등에 의해 언어폭력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피해자들이 감독-코치-선배로 내려오는 수직적인 위계문화로 인해 주요 생활공간인 경기장과 숙소 등 어디에서도 피해를 회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대학교 운동선수들이 겪은 상습적인 신체폭력은 2010년 조사에 비해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1613명(33%)이 구타 등 신체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이 중 255명(15.8%)은 일주일에 1~2회 이상의 상습적인 신체폭력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인권위의 2010년 같은 조사 결과에 나타난 11.6%(일주일에 1~2회 이상 구타 경험 비율)보다 오히려 증가한 수치다.

신체폭력 중 가장 빈번한 행위는 ‘머리박기·엎드려 뻗치기(1291명·26.2%)’였고 ‘손이나 발을 이용한 구타행위 (640명·13%) 등이 뒤를 이었다. 신체폭력이 가장 빈번했던 장소가 기숙사(993건·62%)로 조사된 만큼 대학교 운동선수들이 선배나 지도자들로부터 편안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대학교 운동선수 역시 473명(9.6%)으로 초·중·고 선수 실태보다 높은 비율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서 초등학생 선수 1만8007명 중 438명(2.4%), 중학생 2만1952명 중 1071명(5%), 고등학생 1만7598명 중 703명(4%)이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폭력 피해 유형으로는 ’특정 신체부위의 크기나 몸매 등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203명·4%)‘가 가장 많았으며, ’운동 중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 접촉 행위(123명·2.5%)‘ 등이 뒤를 이었다.

여자선수의 경우 언어적인 성희롱에 더 많이 노출돼 있었으며, 남자선수의 경우 신체의 일부를 강제로 만지는 등의 신체적 성폭력이 가장 많았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특히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지거나 신체부위를 몰래 혹은 강제로 촬영하는 등 피해 정도가 심각한 강제 추행이나 불법촬영에 해당하는 성폭력도 각각 1.2%와 0.7%로 조사됐으며, 성폭행에 해당하는 ’강제 성행위(강간)‘를 당한 선수도 2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한체육회·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문체부 등 체육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초청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이번 간담회에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이를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정책 권고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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