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지시 거부하면 말 탈 기회 안 줘” 경마 기수 유서 남기고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9일 2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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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경찰서 전경사진.(부산 강서경찰서 제공)
부산 강서경찰서 전경사진.(부산 강서경찰서 제공)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경마 기수가 부정 경마와 조교사 채용비리를 비난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9일 부산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20분경 부산 강서구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소속 기수 A 씨(40)가 경마공원 숙소 화장실에서 숨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 씨의 방안에서는 A4 용지 3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컴퓨터와 자필 메모 형식으로 된 유서에는 조교사가 기수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교사가 인기 말들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기수들에게 일부러 말을 살살 타게 해서 등급을 낮추게 하는 등 부당한 지시를 하고 이를 거부하면 아예 말을 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7년 전 면허를 따고 조교사 준비를 했는데, 채용 비리로 번번이 좌절됐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마방을 받으려면 마사회에 잘못 보이거나 높으신 양반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렛츠런파크 측은 이와 관련해 이날 열릴 경마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도 유서가 발견됨에 따라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2006년 개장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지금까지 4명의 기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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