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제 사고 영상이 ‘동백꽃 필 무렵’에”…피해자 KBS 청원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11월 28일 13시 33분


‘마산역 사거리 사고’ 피해자 청원 올려

사진=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 회.
사진=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 회.
지난주 방송된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 회에 실제 사고 영상이 삽입돼, 사고 당사자가 피해를 호소했다.

23일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저의 사고 영상이 허락 없이 방영되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저는 2015년 마산역 사거리에서 사고를 당했던 본인이다. 지금 대학생 생활을 하고 있고, 그때의 기억은 저에게 아직도 큰 상처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7월 3일 창원시 마산역 근처 사거리에서 한 여고생이 승용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를 목격한 시민 20여명은 차로 달려들어 승용차를 들어 올려 여고생을 구조했다. 이 사고로 여고생은 혼수상태에 빠지고 하반신 골절 및 장기 손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청원인은 “친구를 통해 마지막 회에 저의 사고 영상이 사용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어느 측면에서 봐도, 몇 번을 다시 봐도 엄연한 저의 사고 영상이었고 저는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영상을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때의 기억에 갇혀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제 영상이 좋은 의미를 전달하고자 쓰인 그 뜻은 알겠다. 하지만 이건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은 너무나도 배려 없는 방송 아니었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 주변의 지인들, 제 사고를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 제 영상이라는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었을 거다. 사고 영상이 사용된 것도 그 영상을 누군가 보고 그들의 입에 제 사고가 오르내리는 것도 끔찍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고장소를 지날 때, 비슷한 사고영상을 보게 됐을 때 그 모든 순간이 피해자에게는 고통”이라며 관계자의 직접적인 사과와 장면삭제, 사과 자막을 요구했다.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 회에는 위독한 주인공 모친이 주변 이웃의 도움으로 병원에 이송돼 건강을 되찾는 장면이 담겨있다. 해당 장면이 지나면 ‘2015년 창원 시민들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실제 뉴스 영상이 나온다. 영상에는 차 밑에 깔린 여고생을 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차를 들어 올리는 모습이 등장한다.

사진=KBS 시청자권익센터 시청자 청원 게시판.
사진=KBS 시청자권익센터 시청자 청원 게시판.

KBS 규정상 담당 부서 책임자는 1000명 이상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 30일 이내로 직접 답변을 해야 한다. 해당 청원에는 28일 오후 1시 20분 기준 1757명이 동의해 관계자의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함나얀 동아닷컴 기자 nayamy9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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