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관학교 男 생도 단톡방 성희롱…‘솜방망이’ 징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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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25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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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린 군인권센터 여군인권담당 상담지원팀 간사가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국군간호사관학교 성희롱 단톡방 사건 은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방혜린 군인권센터 여군인권담당 상담지원팀 간사가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국군간호사관학교 성희롱 단톡방 사건 은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성 생도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여성 생도들과 상관을 대상으로 성희롱과 모욕성 발언을 했지만, 대부분 경미한 징계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25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희롱에 가담한 생도 11명 중 1명은 퇴교, 10명은 근신처분을 받았다”며 “근신은 해당 학생의 장교 임관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 몇 주 외박이 제한되는 정도의 낮은 징계”라고 비판했다.

센터는 2~4학년 남성 생도 중 일부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단체 채팅방에서 동료 여성 생도뿐 아니라 여성 상관을 대상으로 수십 건의 성희롱, 여성혐오 발언을 쏟아냈다고 밝혔다.

이날 센터가 공개한 단체 채팅방 캡처본에는 가해 생도들이 특정 여성 생도에 대해 “어떻게 화장으로 여드름 자국이 안 지워지냐”, “머리가 비어서 때리면 텅 소리 크게 날 것 같다”, “명치 세게 때리고 싶다” 등의 조롱과 함께 여성의 성기를 소재로 한 비하 용어를 사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해 생도들은 “우리 기수뿐만 아니라 그냥 모든 여자가 싫은데 이곳은 77명이 여자다”라며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 여성 생도들을 겨냥한 욕설을 이어나갔다. 상관인 여성 훈육관에 대해서도 “멍청하다”, “그 소령은 허수아비일 뿐”, “훈육관 이 X들이 일을 저질러놓고 수습은 우리가 다한다”는 등 수위 높은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일부 남자 생도들이 단톡방 대화 내용을 여자 생도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여성 생도들이 캡처와 고발문을 들고 담당 여성 훈육관을 찾아가 신고했으나, 훈육관이 “동기를 고발해서 단합성을 저해하려는 너희가 괘씸하다”고 다그쳤다고 센터는 설명했다.

센터는 “단체 채팅방에 실명이 언급된 피해 생도들이 학내 자치위원회 명예위원회에 이 사건을 정식 신고함에 따라 비로소 훈육위원회에 회부됐다”며 “그러나 훈육위원회는 가해자로 지목된 생도 11명 중 1명은 퇴교, 10명은 근신 4주~7주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방혜린 센터 상담지원팀 간사는 “육군사관학교 등과 달리 간호사관학교는 성범죄에 대한 별도 징계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성범죄가 일어나면 ‘결혼 및 이성교제’ 관련 규정이나 ‘사관생도다운 언행을 할 의무’를 기준으로 징계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간호사관학교가 성범죄를 중대한 범죄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11명의 생도가 받은 징계는 모두 ‘상관과 지휘 근무하는 생도에 대한 모욕’, ‘생도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 ‘생도답지 않은 언행 및 태도’ 등 세 가지 항목 차원에서 처리됐다.

방 간사는 “남성 생도가 10%, 여성 생도가 90%를 차지하는 간호사관학교조차 성범죄 피해 여성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군인 사회 전반에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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