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문제로 다투다…집에 불 질러 엄마 살해한 20대 딸 징역 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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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7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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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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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만 원의 빚을 진 자신을 나무랐다는 이유로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살해한 20대 여성이 징역 17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7일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존속살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 씨(25)에게 징역 17년형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지난해 10월 경기 부천시 자택에서, 자신이 진 8000만 원 상당의 빚에 대해 어머니와 이야기하던 중 홧김에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씨는 대화 도중 어머니가 “함께 죽자” 등의 이야기를 하며 화를 내자 함께 죽을 생각으로 불을 질렀지만, 정작 본인은 방화 후 현관문을 닫은 채 현장을 빠져나왔다.

이 씨는 또 범행 이후 수사기관과 채권자들에게 어머니의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진술을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사건을 어머니의 자살로 은폐하려했다. 실제로 이 씨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시너를 이용한 방화, 살인청부, 자살방법 등을 검색하고 범행 당일 미리 시너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이 씨의 살인 행위가 ‘계획범죄’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딸이 성매매까지 하면서 채무를 변제하려고 한 것에 속상해하던 어머니가 이 씨를 달랜 후 다음날부터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일을 하러 갔다”면서 “어머니가 ‘함께 죽자’고 한 반응 등 때문에 이 씨가 갑자기 정상적인 판단력을 상실할 정도로 궁지에 몰렸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어머니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딸이 도움을 요청하자 2014년부터 2차례에 걸쳐 이 씨가 부담하던 수천만 원의 채무를 대신 변제했다. 어머니의 삶을 돌이켜 보면 사랑하는 자식에 의해 단 하나뿐인 생명을 잃게 된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며 이 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이 씨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이 씨가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체벌과 폭언 및 감금 등의 학대를 받아 중학교 때 가출하거나 정신적 치료를 받기도 했다”면서 “범행 무렵 해리장애와 유사한 스트레스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1심 형량보다 적은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대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2심 판결을 받아들여 이 씨에게 징역 17년형을 확정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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