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문 대통령 두고 ‘건망증·치매’…복지위 국감 중단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4일 1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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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복지부 장관에 대통령 기록관 건립 질의
"건망증은 초기 치매증상…대통령 기억 잘 챙겨야"
민주당 "대통령 조롱이자 폄훼"…사과·해명 요구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4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기록관 설립 문제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건망증’, ‘치매 초기증상’ 등을 언급하면서 국정감사가 중단됐다.

“대통령 기억력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는 한국당 의원 발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면서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치매와 건망증은 다르냐”고 물은 뒤 “의학적으로 보면 다르다고 하지만 건망증은 치매 초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건망증’과 ‘치매’ 등을 언급한 김 의원은 복지부 장관에게 대통령 기록관 문제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김 의원은 “대통령 기록관을 짓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지난달 12일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본인은 몰랐다’며 화를 냈다고 했는데 8월29일 대통령 본인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직접 기록관 건립 예산을 심의·의결했다”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통령 기억력을 잘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에서도 김 의원은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 연구개발(R&D) 예산 책정 과정에서 미흡한 점을 지적하며 치매 관련 내용을 복지부 장관에게 물었다.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대통령이 건망증 아니냐’, ‘건망증과 치매는 유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통령 건망증을 챙겨야 한다’는 발언은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자 노골적인 폄훼”라며 김승희 의원에게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

기 의원은 “대통령 개별 기록관 설립은 국가기록원이 추진해 판단할 사안이고 사업은 사실상 백지화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건망증이고 고로 치매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유추하고 몰아가는 행태는 국정감사에 대한 모욕이자 국회의원 스스로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도 김승희 의원을 향해 사과와 해명을 잇달라 요구하면서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정쟁을 야기하고 있으면서 본인 책임이 아니라고 얘기한 데 대해 대단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이 있지만 (건망증 등 발언은) 상대방에 대한 명예훼손이고 국민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다. 국정감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김승희 의원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맹성규 의원도 “해당 사안은 정무위원회에서 국무조정실장이 보필을 잘못했다고 했다”며 “더 중요한 건 어떻게 (대통령 기록관 문제가) 건망증과 치매와 연결되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같은 지적에도 김승희 의원은 재차 “저는 기억력이 저하되는 건 치매 초기증상에 포함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면서 “국회의원에게는 비유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와 의정활동의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과는 제가 아니라 야당 의원의 의정활동을 방해하고 입을 막으려고 하는 기동민 의원이 해야 한다”며 맞섰다.

한국당 의원들도 김승희 의원 감싸기에 나섰다.

보건복지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명연 의원은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는 동료의원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므로 이런 지적은 월권”이라며 “(여당 의원들이) 당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다고 질의 내용을 가지고 관여를 넘어서 가르치려고 들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유재중 의원도 “김승희 의원은 대통령이 기록관 문제를 국무회의에서 심의했는데 몰랐다고 하니까 대통령 건강에 문제 있느냐 하는 쪽으로 생각한 것 같다. 무조건 대통령을 보호해서는 안 되고 (이런 질의로)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도 있다”며 김승희 의원을 옹호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여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이 보건복지위원회 김세연 위원장에게 국정감사 정회를 요청하면서 잠시 일단락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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