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반토막’… 값은 되레 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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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대책 1년… ‘똘똘한 1채’ 집중


지난해 9·13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거래량이 절반 이하로 급감하고, 이른바 ‘똘똘한 1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9·13대책은 대출 규제로 집을 여러 채 살 수 없도록 하는 수요 억제가 핵심이다.

16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대책 이후 1년간(지난해 9월 1일∼올해 8월 31일)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4.42%로 나타났다. 대책 전 1년간(2017년 9월 1일∼지난해 8월 31일) 21.38% 상승한 것에 비하면 상승 폭은 축소됐다. 표본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대책 이후 1년간 서울 아파트 값은 1.13% 하락했다. 부동산114 측은 “조사 방식의 차이로 수치는 다르게 나타났지만 대책 이후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되는 모습이 나타났다는 점은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정세를 나타내던 서울 주택 가격 변동률은 7월 첫째 주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9·13대책은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었지만 집값을 낮추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거래량이 축소되면서 오히려 매도자 우위 시장이 유지되는 문제는 여전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9·13대책 발표 이후 1년간 아파트 거래량은 반 토막이 났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대책 발표 이후 1년간 거래 건수는 총 4만2564건으로 9·13대책 직전 1년간의 9만7415건에 비해 56%나 줄었다. 거래량 감소는 이사 및 인테리어 등 연관 산업에도 영향을 끼쳐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거래량이 주는 대신 입지가 좋은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는 늘었다. 대책 이후 1년간 서울 지역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평균 7억5814만 원으로 9·13대책 이전 1년 평균 실거래가(6억6603만 원)보다 13.8% 높았다. 이 기간 서울 지역 9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9·13대책 전보다 60.2% 감소한 반면 9억 원 초과 아파트의 거래 건수는 37.6% 감소하는 데 그쳤다. 비싼 아파트의 거래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게 감소하면서 실거래가 평균값이 대책 전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돈줄을 조이면서 거래 자체는 급감했지만 ‘똘똘한 한 채’에 투자하려는 ‘현금 부자’들의 수요까지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9·13대책의 또 다른 줄기였던 종합부동산세 인상의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7년 대비 지난해 종부세수는 2000억 원 증가한 1조9000억 원에 그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시행된 공시가격 인상 여파를 지켜봐야겠지만 보유세 인상 같은 규제는 최초 도입 때 한 번 충격을 줄 뿐 이후로는 별 효과를 내지 못한다”며 “정부가 주택 거래, 공급량이 늘어나도록 규제를 풀어 주지 않는 한 거래는 줄어드는데 가격은 오르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조윤경 기자
#9·13대책#서울시#아파트 거래#매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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