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직 상실 위기 이재명…결국 ‘친형 강제진단’이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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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7일 12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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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9.6/뉴스1 © News1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9.6/뉴스1 © News1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1심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던 이 지사는 결국 항소심에서 ‘친형(고 이재선씨) 강제진단’ 사건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으면서 도지사직 상실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지사는 그동안 수사기관의 조사와 사법기관의 재판에 임했던 약 1년 가까이 되는 시간 속에서 줄곧 ‘사필귀정’을 강조해왔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던 것이다.

이 지사는 지난 5일 수원고법 704호 법정에서 제2형사부(부장판사 임상기) 심리로 진행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도지사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굳은 표정으로 청사 밖으로 빠져 나갔다.

◇첫 경찰 출석부터 2심까지 11개월

이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와 공직선거법 3가지 위반 등 총 4개 혐의다.

직권남용 혐의는 ‘친형 강제진단’, 공직선거법 위반 3가지는 ‘대장동 허위 선거공보물’ ‘검사사칭’ ‘친형 강제진단’과 관련이 있다.

2018년 10월29일 경기 분당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첫 출석해 8가지 혐의로 조사를 받은 이 지사는 11월1일, 4가지 혐의에 대해 죄가 있다고 인정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이 지사는 경찰과 검찰 각각 한차례씩 강도높은 수사를 받은 후 같은 해 12월11일 재판으로 넘겨졌다.

이 지사의 첫 재판은 올 1월10일부터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진행됐으며 피고인 신분으로 1심 선고가 이뤄진 5월16일까지 총 21차례 진행된 재판에 빠짐없이 출석했다.

이 지사는 변호사 시절, 연수원 동기였던 현(現) LKB 소속 김종근 변호사와 수원지검 공안부장 출신인 이태형 변호사 등 쟁쟁한 변호인단을 구축해 최대한 법리적 방어선을 구축한 결과, 1심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1심 법원의 판단에서 법리적 오인이 있다’는 취지로 검찰은 지난 5월22일 항소를 제기했고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기 위해 고검 공판검사가 아닌, 현직 도지사와 관련된 중요 수사를 맡아 진행했던 성남지청 공판검사 3명이 그대로 투입됐다.

2심은 당초 지난 6월27일에 공판준비기일로 예정됐지만 이 지사의 항소심을 맡아 진행하기로 했던 제1형사부의 법관과 이 지사 측에서 선임한 변호사 중 한명이 연수원 동기라는 이유로 7월10일로 옮겨지면서 제2형사부로 변경됐다.

양측은 치열한 법적공방을 예고한 바와 같이 항소심에서 검찰 측은 ‘증인 출석’을, 변호인 측은 ‘변호인 추가’ 방식을 택해 재판에 임했다.

이 지사의 재판은 지난 7월10일부터 9월6일 선고공판까지 총 6차례 진행된 가운데 이 지사의 항소심에서 쟁점은 1심과 마찬가지로 친형 강제진단 혐의였다.

검찰 측은 2심에서 친형 강제진단 혐의를 확실히 입증하기 위해 이 사건과 밀접한 인물들로 묶어 재판부에 증인신청만 총 6명을 선별했다.

검찰이 항소를 제기한 시점부터 변호인 측 역시, 1심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심에 함께했던 변호인단에서 추가로 더 선임해 총 12명의 변호인을 구성, 2심에 대비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결심공판에서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이 지사에게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1년6개월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벌금 600만원을 구형했다.

이에 지난 6일 이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 4개 모두 무죄로 내렸던 1심의 결과를 뒤집고 2심 재판부가 ‘1심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다시 필요하다’는 취지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대한 법원의 유죄판단 근거

대장동 허위 선거공보물 사건은 이 지사가 지난해 7회 동시지방선거(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포지역에서 유세활동을 통해 ‘개발이익금 5503억원을 성남시민의 몫으로 환수했다’ ‘개발이익금을 내가 실컷 쓰고 1000억원 정도는 터널을 만들었다’라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 등 검찰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데 따른 것이다.

검사사칭 사건은 지난해 5월29일 KBS 경기도지사후보 토론회 당시,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로부터 “검찰 사칭하셨죠?”라는 질문에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답변했다는 이유로 김 후보가 이 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빌미가 됐다.

이후 검찰은 2002년 당시 이 지사가 검사사칭으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지난해 지방선거 토론회 당시 ‘누명을 썼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점을 미뤄 허위사실 공표로 기소했다.

이번 항소심도 핵심으로 꼽혔던 친형 강제진단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었던 2012년 당시에 성남시청, 분당구보건소, 보건관련 공무원들에게 직무관리 영향력을 행사했다는데 따른 사건이다.

이 지사는 2012년 시청 직원들에게 욕설을 하며 시정운영을 방해했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패륜적인 발언을 하는 등 재선씨를 구 정신보건법 제25조(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에 근거해 친형을 정신질환자로 여겨 강제입원을 시키려고 한 것으로 판단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2심 재판부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묶인 대장동 선거공보물, 검사사칭 사건과 친형 강제진단 직권남용 부분에 대해서는 1심과 동일하게 죄가 성립되지 않음을 인정했지만 친형 강제진단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입장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지사는 지난해 제7회 동시지방선거 KBS 토론회 당시, 김영환 전 후보가 ‘재선씨를 강제 입원시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소극적으로 부인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발언했다”며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지방선거 토론회 공중파 방송과 SNS, 인터넷 등 더욱 쉽고 방대하게 확산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유권자들에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사는 이 사건 허위사실공표 범행에 관해 반성하고 있지 않으며 현재까지도 재선씨에 대한 구 정신보건법 제25조의 절차진행을 지시했다는 점에 관해 도민을 비롯, 일반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해명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이미 공직선거법위반죄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바 있고(2002년 검사사칭) 이러한 사정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양형 가중요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에 대한 당연한 예상 vs 빗나간 예상

이 지사의 항소심 선고 결과를 놓고 ‘당연한 예상이었다’는 의견과 ‘빗나간 예상이었다’는 의견으로 분분했다.

우선 검찰의 항소제기가 마땅하며 이번 항소심 결과도 당연하다는 의견이라고 입을 모았던 가장 주된 이유는 친형 강제진단 부분이었다.

양측은 지난 1심 때에도 친형 강제진단에 대한 법리다툼과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총 21번 재판 중 15차례나 차지했으며 여기에 소환된 증인만 무려 50여명이 넘었다.

통상 2심은 전심을 한차례 거친 후 같은 혐의로 또한차례 공판이 진행되기 때문에 주로 자료검증을 위주로 법적공방을 펼치기 마련인데 이 지사의 항소심은 이러한 자료검증과 더불어 검찰 측의 증인신문까지 더했다.

검찰은 이 지사의 혐의 중 가장 핵심사건인 ‘친형 강제진단’ 사건의 전말을 낱낱히 밝히기 위해 6명 모두 이 사건과 밀접하다고 판단되는 증인들만 선별한 것이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었던 2012년 당시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던 윤모씨, 재선씨의 지인 임모씨와 남모씨, 2014년 재선씨가 생전 운영했던 회계사 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여직원 오모씨, 서울광역정신센터장 이모씨, 재선씨의 사촌 서모씨 등 총 6명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을 모두 출석시키려고 했으나 6명 중 단 3명만 법정에 모습을 보여 2심 역시, 전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여론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또 출석한 3명 마저도 증인 6명 중 가장 핵심으로 꼽혔던 윤씨가 법정에서 ‘증언 거부권’을 행사해 사실상 2명만 증인신문이 이뤄진 셈이다.

윤씨는 해당연도에 이 지사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상당부분 걸쳐 있기 때문에 친형 강제진단과 관련 사건의 전말이 밝혀질 것이라고 모두 예상했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증언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1심의 무죄판결에 더불어 이러한 추세까지 더해져 2심 또한 무죄로 선고되거나 혹은 도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는 형량이 나올 것이라는 추측이 대체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친형 강제진단 사건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이 지사의 발목은 잡혔고 도지사직 상실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재명 지사 상고 예고…검찰 측 대응은

선출직공직자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이 지사는 2심 선고 즉시 상고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지사는 항소심 선고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친형 강제진단이 무죄임에도 선거방송 토론의 발언 일부를 두고 유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법원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흔들림 없이 도정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도 “법원은 친형 강제진단 관련 직권남용 부분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판단을 내렸다”며 “그런데 같은 사안에 대해 선거방송토론 발언을 문제 삼아 허위사실공표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모순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사직 상실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것은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라며 “즉각적으로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대법원이 진실에 입각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측 역시, 쌍방상고로 맞대응 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 지사의 친형 강제진단 사건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에 사실관계과 혐의점을 입증하기 위해 주력해왔다. 때문에 이 지사의 일부 유죄판결로 그치지 않고 대법원에 직권남용에 대한 법리적 해석을 다시 요구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이 지사가 선거범이라는 것을 감안해 공직선거법 제270조(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에 따라 3심은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해야한다는 규정에 비춰보면 오는 올 연말께 이 지사의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추측된다.

(수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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