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쓰라더니 막상 신청하면 질책…‘휴가갑질’ 백태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30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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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휴가갑질' 제보 사례 공개
징검다리 휴일 위한 하루 연차 '결근' 처리
연차소진하려고 하니 "컨트롤이 안된다"
휴가 인식차…사원 "권리" vs 관리자 "선물"

#1. 직장인 A씨는 올해 상반기에 쓰지 못한 휴가를 모아 여름휴가를 가기로 했다. 결재 승인을 받았고 항공권과 호텔까지 예약을 완료했다. 떠나는 날만 기다리던 그때, 갑자기 상사가 A씨의 휴가를 막아섰다. 결재를 한 당사자가 마음대로 A씨 휴가를 자른 것이다.

#2. 직장인 B씨는 팀장 결재를 받아 연차를 내고 휴가를 다녀왔다.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B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상사의 노골적인 괴롭힘이었다. 욕설을 하고 서류를 집어던지는 것은 물론, B씨의 외출이나 교육도 제한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각종 ‘휴가 갑질’ 제보 사례를 모아 30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징검다리 휴일에 하루 연차를 내고 여행을 다녀온 한 제보자는 복귀 후 휴가 당일이 ‘결근’으로 처리된 것을 발견했다.

또다른 제보자는 연차소진 차원에서 받은 지정휴가를 사용한다고 말하자 상사로부터 “컨트롤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3일 연속 ‘휴가 붙여쓰기’를 금지하거나 국가공휴일이나 대체휴일, 부모님 상에 따른 휴일 등을 연차에서 차감하는 사업장들도 여럿 있었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연차휴일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위법이다.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에는 연차사용을 거부할 수 있지만 대부분 제보들은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다는 것이 직장갑질119의 설명이다.

아울러 직장갑질119는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노동자를 괴롭히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며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으며 사업장 내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상위관리자와 일반사원은 다양한 직장갑질 실태 중 ‘휴가권’ 부분에서 가장 큰 인식차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6월27일부터 7월1일까지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갑질 실태와 직장갑질 감수성’을 조사한 결과, ‘원하는 때에 연차 등 법정휴가를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항목에서 상위관리자와 일반사원 간 감수성 지수 차이는 12.09점이었다.

무리한 야근, 여성을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펜스룰 등 각종 갑질에 대한 생각을 묻는 항목 중 가장 큰 점수차를 기록한 것으로, 연차사용에 대한 직급별 인식차이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직장갑질119는 “젊은 직장인들은 휴가를 법이 보호하는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사용자들은 휴가를 ‘사장님 선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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